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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0.04.08 13:56

은행에 대한 과잉규제의 위험성 경계해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금융규제 개혁에 관한 국제적 논의는 올해 말까지 상당부분 구체화될 예정이다.

특히 금융규제 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은행규제 개혁의 기본방향이 2009년 12월 BCBS(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에 의해 제시되어 있는 상태이다.1)

오는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도 이와 관련된 사항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BCBS의 안(案)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축, 자본의 질(capital quality) 제고와 유동성 리스크 관리강화로 이루어져 있다.

자본의 질 제고와 관련한 개혁방안에서는 Tier1 자본을 보통주(common shares)와 내부유보(retained earnings)를 중심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기존에 BIS비율 산출 시 포함되던 하이브리드채권이나 후순위채권 등과 같이 부채 성격을 가지는 상품의 자기자본 인정을 엄격히 제한하여 자본의 손실 흡수력을 높이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한 개혁방안에서는 유동성 높은 자산보유를 의무화하는 단기유동성 규제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의무화하는 규제의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2) 그 외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에 대한 자본 확보, 경기순응성 완화,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 도입 등의 내용도 BCBS 개혁안에 포함되어 있다.

BCBS가 제시한 개혁안에서는 규제의 기본적인 구조만 제시되어 있으며 아직 최종적인 규제수준, 즉 구체적인 규제강도(强度)는 정해지지 않은 단계이다.

향후 일련의 논의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규제수준이 정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위기 이후에 흔히 나타나는 과잉규제의 경향이다.

BCBS의 안과는 다른 성격이지만 이미 과잉규제의 도입 가능성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천명한‘볼커 룰(Volcker Rule)’3)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여기서‘과잉’이라 함은 규제의 잠재적 이득(benefit)보다 비용(cost)이 더 큰 상태를 의미한다.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 강화는 은행이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의 증가를 가져옴과 동시에 경제 전체적으로는 금융 중개기능의 위축이라는 비용을 수반한다.

예를 들어 BCBS의 유동성 리스크 규제방안의 경우에도 만약 도입이 된다면 은행은 유동성이 높은 자산 보유를 확대하기 위해 신용도와 유동성이 높은 국채의 매수 비중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신용도와 유동성이 낮은 회사채, 대출자산 등의 보유를 줄이게 될 것이다.

또한 간접적으로는 국채에 대한 수요 증가로 정부는 적은 비용으로 부채조달이 가능하여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게다가 강도 높은 여러 건전성 규제가 한꺼번에 도입되면 은행의 수익성은 저해될 수 있으며, 이는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통상 금융위기 이후에는 위기로 인한 금전적 손실,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대중의 적대적 정서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규제의 비용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을 가진다.

이는 규제의 이득과 비용 간의 균형을 왜곡하고 여기에 규제강화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이 가해져서 규제는 과잉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도입된 과잉규제는 높은 규제순응 비용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존속하기가 어렵다.

또한 과거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규제 강화를 통한 위기방지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자기자본 규제만 해도 Basel I, Basel II를 거쳐 이번 개혁안이 세 번째 개선이다(혹자는 이번 안을 Basel III라고도 부른다).4)

Basel I 및 Basel II를 거친 노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부터 은행을 보호하지 못하였듯이 이번 개혁안이 향후 위기재발을 방지하고 은행의 건전성을 지켜준다는 보장은 없다.

도산 직전의 리먼 브라더스의 Tier 1 자기자본 비율은 11%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규제비율보다 거의 3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금융위기의 정점에서는 통상적인 수준에서 양호한 재무건전성 지표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시스템의 위기 시에도 모든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규제를 평소에도 강제한다면 그에 따르는 높은 규제순응 비용으로 은행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도산한 일부 은행의 경우 부실을 막기 위해서 필요했었던 Tier1 자기자본비율은 많게는 20%에 가깝다고 한다.5)

만약 이 같은 사실에 근거하여 감독당국이 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20%까지 강화한다면 규제로 인한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며, 은행은 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는 다소 극단적인 예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에 이루어지는 규제 강화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규제의 비용이 규제의 이득을 초과하는 과잉규제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구체적 규제수준을 정하는 논의에서 위기재발 방지에 집착하여 규제의 비용이 소홀히 평가되는 일이 없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금융위기에는 거의 대부분 유동성 과잉이 선행한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유동성 과잉이 초래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거시ㆍ금융경제의 운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유동성 팽창이 장기간 지속되는 와중에서는 리스크에 대한 평가도 낙관적이 되기 때문에 리스크에 기반을 둔(risk-based) 현재의 규제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규제 강화만으로는 금융안정을 도모하기가 어렵다. 향후 진행될 BCBS의 개혁안도 이 같은 한계를 인식하고 규제

강화의 득과 실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수준에서 구체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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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CBS의 은행규제 개혁방안은 다음 두 보고서에 제시되어 있다.

- Strengthening the resilience of the banking sector - consultative document, December, 2009.

- International framework for liquidity risk measurement, standards and monitoring-consultative document, December, 2009.

2) 단기유동성 규제로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Liquidity Coverage Ratio)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위기 시 은행의 유동자산이 30일간의 순현금유출(net cash outfflows)보다 많을 것을 요구하는 규제이다. 안정적 자 금조달 규제로는 순안정펀딩비율(NSFR: Net Stabel Funding Ratio)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은행의 자산부채 구조의 장기적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1년 내 유출 가능성이 높은 부채규모를 충족할 수 있는 장기의 안정적 자산을 보유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볼커룰(Volcker Rule)’은2010년1월미국오바마대통령이천명한은행규제방안으로서다음과같은내용을가진다.

- 사업 영역 제한(limit the scope): 은행 또는 은행지주회사의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의 보유 및 동 펀드들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고객이 아닌 은행의 이익을 위한 자기계정거래(Proprietary Trading)도 금지

- 영업 규모 제한(Limit the Size): 대형 금융기관들에 대해 부채(liability) 측면에서 시장점유율(가령, 예금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제한

4) BIS(국제결제은행)이 주도한 국제금융협정에서 결정된 자기자본규제로서, ’Basel l’은금융기관이보유한위험가중자산에대한자기자본의비율을일정수준이상유지토록하는양적규제이며,‘ Basel II’에서는 단순한 양적 규제를 보완하여 차주의 신용리스크에 따라 차등적인 위험가중치를 적용하여 자기자본 비율을 산출

5“) Base camp Basel”, The Economist, Jan. 23-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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