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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월간금융계
  • 칼럼
  • 입력 2012.02.06 13:32

미국의 버핏세 논의와 그 시사점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근 버핏세(Buffett Tax)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버핏세란 미국의 유명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더웨이(Berkshire Hathaway)의 워렌 버핏(Warren Buffett) 회장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버핏세 논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복지지출 재원으로서의 가능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라 할 수 있다.

버핏세는 탄력성이 높은 자본소득에 낮은 세율이 부과된 것이 원인

미국에서 버핏세 논의는 버핏의 기고문을 통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나는 과세소득의 17.4%만을 세금으로 냈을 뿐이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은 평균 36%의 세금을 냈다”고 하면서 부유층에 대한 세부담 증가를 주장한 바 있다.

해당 기고문에서 버핏은 배당과 자본이득(dividend and capital gains)을 포함한 과세소득이 1백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세율을 인상하고, 추가적으로 1천만 달러가 넘어가는 초고소득자들에게는 초과세율을 부과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곁들였다.

이러한 논의는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보편적 정서에 비추어볼 때, 버핏과 같은 초고소득자가 다른 근로소득자들에 비해 더 낮은 세부담을 진다는 것이 매우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초고소득자 스스로가 자신의 세금부담을 더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 역시 신선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버핏의 주장은 이후 대통령과 연방정부의 예산안 작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이며, 특히 연방정부 재정적자 문제의 완화를 위해서도 세수증대 노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가을 국회에 제출한 ‘경제성장과 적자감축을 위한 방안 (The President's Plan for Economic Growth and Deficit Reduction)에 버핏세 아이디어를 포함시키기에 이른다. 이를 ‘버핏원칙(Buffett Rule)’이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버핏세라는 말은 이 버핏원칙이 변형된 것이다. 그런데 버핏원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연소득이 1백만 달러 이상인 가구의 세금부담이 중류층 가구(middle class families)의 그것 보다 낮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부자는 중산층보다 더 큰 세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하지만 대체로 고소득 가구에 대해서는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여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에서는 초부유층(Super Rich Class)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소득 종류에 따라 과세처리가 다른 미국의 소득세 규정 때문이다.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가 있는 미국에서는 1년 이상 장기투자한 자본이득에 대해서 15%로 과세하고 있는데, 이는 보편적인 근로소득세율(10%~35%)에 비해 세율상 우대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언뜻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수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본의 본질을 고려한 조치이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생산요소를 크게 자본과 노동으로 구분했을 때, 요소의 공급탄력성은 자본의 경우에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세 효율성을 위해서는 탄력성이 높은 대상에는 낮은 세율을, 탄력성이 낮은 대상에는 높은 세율을 부과해야 하는데, 이를 조세이론에서는 ‘탄력성 역비례의 법칙’ 또는 ‘역탄력성 법칙(inverse elasticity rule)’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하자면 탄력성이 높은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이, 탄력성이 낮은 노동소득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이 부과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은 있으나,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제학 이론에 비추어보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결국 워렌 버핏과 같은 초부유층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 이유는, 근로소득 이외에 배당금 등 자본이득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세 효율성과 조세 형평성 중 버핏원칙 적용에 대한 견해가 미국內에서도 상이

버핏원칙의 적용에 대한 미국 내의 반응은 상이하게 갈리고 있다.

원칙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세부담의 강화는 결국 투자감소로 이어져 일자리 축소 및 경제활력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버핏원칙은 미국 세제안에 대체 최소세(Alternative Minimum Tax)라는 제도로 이미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이용하는 경우 버핏원칙을 따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버핏 원칙이 장기투자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증가로 이어지는 경우 이를 주된 소득으로 의존하는 노령계층의 소득감소로 이어져 소비위축 및 생계곤란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반면 버핏 원칙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초부유층의 세부담이 소득대비 낮은 것은 사실이며, 이는 과세공평성 차원에서 옳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물론 부유층의 실제 납세액이 중산층의 그것보다 훨씬 큰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대비 세부담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는 형평성 측면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칙 적용에 찬성하고 있는 민주당의 해리 레이드(Harry Reid) 상원의원은 연소득 1백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는 기존 소득세액에 추가적으로 5.6%의 부가세(surtax) 과세를 제안한 상태이며,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버핏 원칙 적용에 반대하는 견해는 조세효율성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세부담의 증가가 투자약화 및 경제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자본에 대한 세율은 낮게 유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생산요소의 국제 이동성이 날로 높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자본에 대한 고율과세는 국내 자본의 이탈과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져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버핏 원칙에 찬성하는 주장은 조세 형평성에 무게를 둔 견해이다.

현대 국가의 조세정책은 비록 외형적으로는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오기는 했지만, 중요한 조세정책의 변화는 과세의 형평성을 토대로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조세정책의 변화는 반드시 정치적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을 도외시한 정책이란 실현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세제는, 비록 효율성이 우수하다고 해도 납세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버핏세는 장기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강화인 반면 우리는 증세에만 초점

그렇다면 이러한 논의가 우리나라의 세제개편에 미치는 함의는 무엇인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에서의 버핏세 논의는 결국 외형적으로는 증세를, 그 내용상으로는 장기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버핏세 논의는 증세에만 초점을 두어, 근로소득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식의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즉 근로소득에 대한 세율구간 신설과 초과누진율의 적용에 대한 논의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근로소득의 세부담 증가는 경제활력 측면에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서는 세부담의 강화가 근로의욕을 감소시켜 효율성 측면에서는 좋지 못함을 설파해온 바 있다.

특히 근로소득세를 통한 세수증가는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인 세수증대 방안이라 하기도 어렵다.

물론 미국에서의 버핏세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도 반드시 동일한 양상으로 진행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 자본이득과세를 강조한다고 해서 우리 역시 반드시 이를 따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위 불로소득이라 인식되는 자본소득 과세에 대한 심층적 논의 없이 단지 국민정서에 기대어 근로소득세만 강화과세하는 것은 본래의 버핏원칙 정신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버핏세 논의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에 대한 논의보다는 실제 소득이 높으면서도 세금을 많이 내지 않는 계층에 대한 과세에 초점을 맞춤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현재 상장주식과 파생금융상품의 양도소득은 적절히 과세되고 있지 못하다. 미술품이나 골통품의 양도차익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대개 이러한 양도소득들은 큰 부자들이 아니면 거두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버핏세 논의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러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정상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첨언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논의가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정책의 본질은 국가가 운영되기 위해 꼭 필요한 돈을 누구로부터 어떻게 걷을 것인지, 효과적인 대안은 없는 것인지를 모색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논의가 특정 계층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보여 상당히 걱정스럽다. ‘부자증세가 곧 조세정의다’라는 식의 선정적 구호는 우리나라 세제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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