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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정영희 기자
  • 기획
  • 입력 2015.07.20 17:15

서민이 원하는 ‘서민금융’은?

▲ 서울의 한 저축은행. (사진=연합)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6월 11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인해  힘들어하는 서민들을 위해 금융당국은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 등에게 긴급히 금융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또 금융위는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협의를 거쳐 서민 금융 지원 강화방안을 지난 23일 발표했다. 아울러 7월 중에는 지난 해 세우겠다고 언급된 서민금융진흥원도 설립된다. 이로써 서민을 위한 금융 서비스는 한 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6월 11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에서 열린 ‘서민금융 활성화와 서민 과중채무 해결방향 토론회’에서, 금융당국의 지원책이 서민을 위한 금융지원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월간 금융계가 세미나 내용을 재구성해 서민금융에 대해 재조명해본다.

#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은 A씨. 생활비가 급히 필요한 A씨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A씨의 신용등급도 낮고 수입이 없어진 A씨에게 은행은 대출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당장의 생활이 힘든 A씨는 이자가 높지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한 대부업 회사에서 돈을 빌렸다. 그러나 A씨의 사정은 더욱 나빠져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대부업체의 폭력과 폭언 등 ‘불법 채권추심’을 감내하면서 더 큰 고통에 휩싸이게 되었다.

1997년 당시,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불러왔다. 진로, 삼미그룹, 아시아자동차(현 기아자동차) 등의 굵직한 대기업이 잇따라 부도를 내고 많은 사람들이 실직했다.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7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아울러 정부가 공적자금을 통한 대형화, 겸업화 중심의 대대적인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소규모 서민 금융기관들의 기능이 위축되었다. 이에 따라 돈이 필요해도 신용도가 너무 낮거나 벌이가 적은 등의 이유로 인해 ‘사실상’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힘든 소위 ‘금융배제 계층’이 늘어난 것이다. 안정적인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이 계층은 어쩔 수 없이 이자가 높지만 신용도가 낮아도 대출을 승인해주는 제도권 밖의 고금리 대부업체에 가서 돈을 빌린다. 이에 따라 높은 금리를 받는 대부업이 번성하고, 금융배제 계층은 과중채무에 시달리며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강압적인 추심을 받는다. 심지어는 가정이 파탄나 자살로 이어지는 등 금융배제 문제는 한국 사회문제로 확대되었다.

이에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책적 수단을 생각해낸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전에는 사채시장의 높은 금리와 사채업자들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대부업법’을 허용하고, 저축은행의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 변화를 통해 서민금융의 공급을 늘리고자 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정부는 3대 서민금융상품(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 홀씨) 등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서민금융 정책을 펼쳤다.

금융당국이 지원하는 서민금융 정책은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서민정책금융과 과도한 채무 조정 및 자활을 지원하는 신용회복지원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서민정책금융의 자금지원 정책으로는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4가지이다. 모두 소득이 낮거나 신용 등급이 낮은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미 늘어나 빚을 감당할 수 없는 '과중채무자'라면 신용회복지원제도와 국민행복기금의 사적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거나 개인회생, 개인파산의 법적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여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도 있다.

신용회복지원제도란 개인연체자의 경제회생을 돕는 제도로, 일정 요건을 갖춘 채무자를 대상으로 상환기간의 연장, 분할상환, 채무감면 등의 채무조정 수단을 통해 경제적으로 재기하게끔 지원한다. 국민행복기금은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이에게 연체채권 채무조정, 바꿔드림론(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대출), 자활프로그램 제공 및 복지지원을 제공하는 종합 신용회복 지원기관이다.

또한 올 7월 중 세워질 서민금융진흥원은 하나의 창구에서 모든 서민금융에 대한 상담이나 지원이 가능하고, 채무자 사정에 맞는 맞춤형 채무조정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현 휴면예금관리재단(미소금융재단),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이 통합되며 전국에 약 25~30개의 통합거점센터가 설치된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서민금융기관 및 사적 채무조정기관들의 역할을 하나로 모아 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서민에게 한 발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 지난 6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민금융 활성화와 서민 과중채무 해결방향 토론회’세미나.

“서민금융상품, 오히려 연체율 늘어...
서민금융진흥원은 다시 생각해봐야”

그러나 금융당국이 내놓은 정책성 서민금융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지난 6월 11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에서 열린 ‘서민금융 활성화와 서민 과중채무 해결방향 토론회’ 에서는 정부가 다양한 서민정책금융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정책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7월 중 설립 예정인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방안에 대해서는 개선하거나 아예 진흥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론됐다.

우선 현재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한 서민들은 제대로 빚을 상환하지 못하고,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은 그 손실을 떠안는다는 점이 제기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서민금융상품의 핵심은 시장의 실세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제한된 금액을 지원한다는 것인데, 대출을 신청한 자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작 금융지원을 받은 서민들도 연체 및 지급불능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은 연체율이 상승하고, 채권관리 손실부담 등의 비용을 경험하며 대출을 받은 서민들은 연체, 채권추심, 신용도 하락, 과도한 채무재조정 부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4대 서민정책금융상품의 연체율(그래프)은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민정책금융의 경우 저소득·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소액신용대출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일반 대출보다 높은 연체율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두 번째는 채무재조정 절차가 압도적으로 채무자에게 불리하다는 점이다.
전 교수는 “사법부가 운용하는 법정 절차인 개인도산절차는 최근 현저하게 채권자 우호적으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파산 위기에 놓인 기업과 개인채무자들의 회생을 위해 기존의 파산법·화의법·회사정리법을 한데 묶어 제정한 법률인 '통합도산법' 개정 등 입법부의 의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독자적으로 태도를 바꾸었으며, 법원이 의무화한 파산관재인은 관재인의 수준을 넘어 은닉재산 색출꾼 및 면책 결정자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한도 내에서만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는 민사절차의 대원칙을 위배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 교수는 “법정 절차 외의 대표적 사적 절차인 신용회복위원회와 국민행복기금 또한 채권자 주도의 채무재조정 절차”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의 연체 채권을 집합시켜 개인채무자를 상대로 채무재조정을 하며, 금융기관은 집단적 교섭력을, 개인 채무자는 개별적 교섭력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행복기금 또한 금융기관들이 출자한 상법상 주식회사로, 의사결정은 자산관리공사가, 이윤은 출자 금융기관이 배분하는 구조이며, 사후정산 방식에 의한 추심결과 배분 및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추가 배당된다”며 “국민행복기금이 금융기관을 위한 채권추심기구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금융위는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협의를 거쳐 서민 금융 지원 강화방안을 지난 23일 발표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모습.(사진=연합)

올 7월 중 출범하는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해서 전 교수는 “이해상충으로 인한 공공성이 상실됨으로 오히려 문제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휴면예금관리재단(미소금융재단),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이 수행하는 업무를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자금조달, 신용대출, 채권 추심의 기능을 통합하여 서로 다른 설립목적과 법인격을 가진 기구들을 동일 단위가 운영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서민들에게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이해상충으로 인해 공공성의 상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한 금융경제연구소 임수강 연구위원도 “정책성 서민 금융상품이 소규모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이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큰 불편을 느끼기 때문에 서민 대출에 한해서 통합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진흥원은 채무조정 기능까지 통합함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과 ‘복지’ 연계되어야...
“역할 분담·근본적 대책 마련 필요”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존의 ‘서민 금융 지원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의 서민금융정책지원 개선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금융·복지·고용 지원의 연계와 중앙·지방정부·금융기관 간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요구하는 등 보다 구체적으로 서민들의 금융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 사회복지공익법센터 엄승재 팀장은 올 초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안심전환 대출 사례를 들며 “안심전환대출 대상자 정도라면 이들은 1%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층이어서 금융자체의 관점으로 접근해도 정책적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저소득층 서민들은 그보다는 생계와 연관된 주거복지, 고용복지 등 자신에게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채무에 생계 문제까지 겹쳐 힘든 저소득층에게는 금융상담을 제공하는 동시에 관련 복지센터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식이다.

저소득 시민 관련 금융복지상담 및 채무자대리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복지재단은 금융복지상담 지원 초기 각종 금융 관련 자격증 소지자를(총 17명 중 12명) 중심으로 금융상담을 실시했으나, 실제 신청자들은 복지에 관한 상담을 원해 사회복지 일반에 대한 내부교육을 실시하고, 사회복지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상담사(2015년 5월 현재 금융상담사 17명 중 사회복지사 8명)로 채용하고 있다. 

또한 “금융과 복지가 연계되려면 주민들과의 접촉이 빈번한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실행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엄 팀장은 설명했다. 왜냐하면 복지서비스 자체가 주민들과 수시로 만나서 접촉하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실행되기 때문이다.

전성인 교수도 “복지·고용·금융의 연계는 중앙 정부보다는 지방 정부가 지역적 특성과 서민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중앙 정부는 재정 지원, 지방정부는 정보 제공·대 서민 서비스 제공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 교수는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해 “대출, 추심, 채무재조정 중 특히 채무재조정의 역할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 추심은 채권자의 고유한 권리이므로 채권자적 지위에 있는 자가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며, 채무재조정의 경우 간단한 채권의 경우 채권자가 직접 재조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여러 금융기관의 채무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공정한 제3자적 지위’에 있는 자가 공정하게 채무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서민금융지원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 최지현 입법조사관은 “서민들의 자금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대출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출된 자금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상환이 연체될 경우 연체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최 조사관은 “서민들에 대한 재무설계, 경영컨설팅 등 금융교육의 기회를 확대하여 서민들의 금융 지식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고, 마련되어 있는 정책 및 제도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밖에 이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서민금융기관이라 불리는 이들 기관들이 진정한 서민금융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대안적인 금융기관의 지원 및 육성 등 금융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4대 정책금융상품 공급액을 1조 2천억원 늘리고,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현행 연 34.9%에서 29.9%로 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카드 수수료 도 내리기로 했다. 이른바 ‘서민금융 3종 셋트’를 선보인 것이다.

또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창궐함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들을 위해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전통시장에 140억원의 미소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중앙회, 여신금융협회와 함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피해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를 7월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미소금융재단 또한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의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 후속 조치로 서민 맞춤형 금융상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7등급 이하 또는 차상위 계층 이하를 대상으로 교육비와 저소득·저신용 장애인 생계자금을 지원하고, 오는 7월 13일 미소금융 성실 상환자에게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임대주택 보증금 대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 지난 5월 20일 강원도 평창군 소재 진부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신한은행 ‘찾아가는 금융체험교육 – 우리학교에 신기한 은행이 왔어요’에서 학생들이 금융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 은행은 어린이와 청소년,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경제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임직원이 전국 초·중·고교에 직접 찾아가 금융교육을 진행하는 ‘시범학교 경제교육’을 시행한다. 지난해 14곳에서 올해는 44개 학교로 늘리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19일부터 22일까지 강원도의 6개 초등학교를 방문해 '찾아가는 금융체험교육: 우리학교에 신기한 은행이 왔어요'를 진행했다. 은행에 접근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장발급·환전·ATM 이용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행사다.

우리은행은 '찾아가는 어르신 금융소비자 교육'을 지난해 10월부터 하고 있다. 전자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적이고 다양해짐에 따라 전자뱅킹에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우리은행 스마트고객센터 직원 2명이 약 한 시간에 걸쳐 사례와 대처법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지난 23일 정부가 발표한 서민금융지원 강화 방안에 대해 “정부가 이제라도 가계부채 문제의 취약계층인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점은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서민층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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