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 있었지만 인수합병의 정글시장에서 전례 없는 일이어서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거래가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시선도 있었다. 독자경영의 약속은 이내 깨졌다. 환경이 바뀌고 경영실적이 저조하다는 빌미에서다.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될 때부터 잡음이 많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설이었다. 경영부실이 매각의 구실이었지만 실제 경영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자구노력으로 충분히 생존이 가능한 상태였다. 모든 지표를 보아 조직 내에서는 누구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론스타가 다시 하나지주로 지분을 팔 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역시 보이지 않은 손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자유경쟁을 내세우는 쇼를 연출하면서 실제는 각본대로 간다는 소문이었다. 당사자인 환은은 나그네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번 두 은행의 합병을 철회하고 재검토하라고 촉구한다. 이들은 지난 6월에 두 은행의 합병관련 전 현직 최고책임자의 적격성과 은행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 합병승인은 이런 고발상태를 반영하지 못한 졸속결정이라 한다.
승인과정에서 법적 절차와 형식에 하자가 없는 한 이를 철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매각이나 합병에서의 일련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의혹이 있으면 실체는 밝혀야 한다.
전직 은행경영자 한 분은 그간의 과정을 지켜본 처연한 뒷얘기(back story)를 글로 남기겠다고 한다. 기간 상업은행이 사모펀드에 어이없이 팔려나가고 난쟁이가 거인을 삼키는 모습을 보면서 어쩔 수 없는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s) 이 안타깝기도 하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뜻일 게다.
수십 성상(星霜) 환은 맨 이던 필자도 ‘KEB 하나 버스’가 밀실조작이었다면 그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벗겨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이 농단될 수도 없거니와 또 다른 희생도 막아야 한다.
사회정의를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님의 침묵’을 읊조린다. KEB라는 이름은 남았으니 희망을 갖자고.
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
………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