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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월간금융계
  • 기획
  • 입력 2015.10.30 17:40

은행권 수익성 ‘빨간불’, 해법은?

사상 최저 수준인 금리와 저성장 기조에 은행권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2005년 전체 순수익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은행의 비중은 작년 40% 아래로 떨어졌으며, 금융위기 이전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모든 업권에 걸쳐 한자릿수로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계좌 이동제 등 금융권 환경은 하루가 멀다하고 급변하고 있다. 은행권이 수익성 방어 및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변화하는 영업점...
점포 통폐합, 복합점포로 수익성 'UP'

은행 점포가 변화하고 있다. 증권과 보험업까지 할 수 있는 ‘백화점식’ 복합점포가 개설되는가 하면 수익성이 낮은 지점이 일부 폐쇄되거나 거점 점포와 일반 점포의 유기성을 강화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업계 최초로 올해 1월 복합점포를 선보였다.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입점하여 고액 자산가 및 법인고객 등을 대상으로 은행·증권의 종합금융자산관리를 제공한다. 고객은 한 장소에서 은행·증권 상품 가입을 할 수도 있고, 공동 상담실에서 은행·증권 양사 직원이 공동으로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게 됐다. 

한편, 1천176곳으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농협은행은 점포 수술에 나섰다. 점포 재배치를 통해 올해 30곳 정도를 감축하고, ‘경영 약체’ 점포를 20곳 선정해 컨설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영업점 이익 관리 교육을 강화하고 영업점 경영진단 및 개선 권고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점포의 자산규모는 5조9천441억원(7월말 기준)으로 개점 전 은행과 증권으로 나뉘어 있던 광화문 지점의 자산(1조8천947억원)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농협은행은 광화문, 여의도, 삼성역, 분당에 이어 10월 중 부산에 다섯 번째 점포를 낼 예정이다.

지난 9월 24일 KB국민은행은 여의도에 은행·증권·보험업을 아우르는 이른바 '금융백화점'을 선보였다. 이 복합점포는 은행·증권 자산관리서비스와 자동차보험, 종신보험 상품 등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현재 14개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이다.

KEB하나은행 또한 복합점포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45개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7개를 올해 신설하고 연내 6개의 점포를 더 만들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내년에도 복합점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은행 영업점 안에 하나금융투자가 입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 가속화…
“고수익·잠재력 기대”

높은 수익과 잠재력 기대에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또한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15일 신한은행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신 (新)주거지로 부상하는 팜훙지역에 14번째 채널인 팜훙지점을 개점했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올해 계획되었던 4개 지점(안동, 하이퐁, 타이응웬, 팜훙) 신설을 마무리해 베트남에 총 14개의 점포망을 보유하게 되었다.

신한은행은 “팜훙지점은 베트남인 지점장과 한국인 부지점장으로 운용되며, 8월부터 임시영업을 시작한 후 하루 평균 120여명의 고객들이 방문하고, 이중 베트남 현지고객이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95%가 현지인으로 구성된 30여만명의 고객을 확보하였으며, 대출규모 및 연간손익 규모에서도 외국계 은행 중 HSBC 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하나은행(현KEB하나은행)도 베트남 최대 경제 중심지인 호치민 시(市)에 ‘호치민지점’을 개설하고, 호치민시에 본점을 둔 현지 민영상업은행인 ‘HD Bank'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고 양행간 시장정보, 인적교류를 포함하여 송금, 무역 및 자금부문의 협업 등 양행의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베트남에는 우리은행, 농협, 국민은행 등 한국의 11개 은행이 진출해 있다. 한국의 은행들이 베트남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에서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시장 잠재력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IBK기업은행은 작년 10월 본인가를 취득, 올해 4월 인도 뉴델리지점을 열었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시장을 개척하기 위함이다. 수도인 뉴델리는 제조업, 서비스, IT산업이 발달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대기업과 다수의 중소기업이 동반 진출해 있는 곳이다.

한편, 올 9월 우리은행은 미얀마 소액대출사업이 가능한 MFI(Micro Finance Institute) 자격을 획득했다. 미얀마 현지 국민들 대상으로 농업자금대출, 학자금 대출 등 서민들에게 은행 수준의 금리와 서비스로 제공해 향후 은행업 진출을 준비할 예정이며, 설립 후 학교와 병원 등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빠르게 현지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미얀마 MFI의 설립은 금융산업 발달 초기 단계인 미얀마에 소액대출 시장형식으로 먼저 진출함으로써, 향후 은행 설립에 대비한 영업기반을 사전에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 지난 9월 23일 서울 중구 YWCA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내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익구조 개선방안’ 세미나.(은행연합회 제공)

“수익구조 개선 위해 수수료 현실화…
공통 인프라 구성해 비용 절감,
금융당국도 개선 의지 보여야 “

한편,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낮은 수수료를 현실화하되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등 업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난 9월 23일 서울 중구 YWCA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내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익구조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에서 대고객수수료(송금 및 자동화기기 수수료)가 전체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12%에서 2014년 7.5%로 하락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미국의 상업은행은 예대마진과 무관한 비이자이익 비중이 작년 말 기준 37.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9.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은행은 자동화기기(ATM) 운영으로 2012년 기준 약 844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적자 상태인 ATM 기기 업무는 원가를 반영해 새로운 수수료 체계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수료 현실화의 단계적인 접근도 주문했다. 그는 "외환송금수수료는 기업고객 비중이 90% 이상인데 수수료 수준은 외국계 은행의 25∼50% 수준에 불과하다"며 "서민에게 충격을 주는 가계금융 관련 수수료보다 기업금융 관련 수수료부터 현실화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수수료 현실화와 관련한 정책당국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당국은 수수료가 시장 경쟁원리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중도상환수수료와 같은 벌칙성 수수료나 계약변경수수료와 같은 위험 명목 수수료 등 은행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필요한 수수료는 개입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앨 경우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금리 변동 위험부담이 전적으로 은행에 돌아가고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의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금융권 현직 종사자 및 학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은행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금융권의 인적 투자 강조와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권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교육, 훈련등을 통한 인적자원 투자를 계속해야 미래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최근 금융권에서 빅데이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는 정보관련 법 규제로 인해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의 사용, 공유 등어렵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초 KB국민·농협·롯데 신용카드 3사의 카드대란(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인해 국회는 정보 관련 법 규제 강화가 더욱 심해져 빅데이터를 이용한 금융 신상품 개발이나 관계금융 등이 얼마나 가능할지 우려된다"며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KB국민은행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김종현 상무는 은행권 표준화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 및 IT와 연계한 수익성 향상을 제시했다. 김 상무는 “금융선진국인 영국이나 싱가포르는 OTP(일회용 비밀번호 발생기)를 여러개 들고 다니는 반면, 한국은 단 1개의 OTP만으로 은행 업무를 볼수 있다. 이는 하나의 OTP를 국내 은행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성공적인 비용절감의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각 은행별로 ATM기 생체입력 인증방법을 따로 연구하고 있다. 만약 투자비 대신 은행들이 공통인프라를 구성하여 공통표준인증제를 도입한다면 이 또한 상당한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 우영웅 IB본부장은 "현재 은행의 개인의 금융자산을 기업쪽으로 중계해주는 역할이 상당히 축소되고 있는 추세"라며 은행들의 역할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우 본부장은 신한은행의 일반 고객 금융자산 ROA(총자산수익률)은 0.8%에 불과하지만 IB 자산은 1.4% 정도로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IB 자산 부문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은행의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 은행이 장기 투자에 나서기에는 외환 유동성 규모가 부족한 편"이라며 "지난 해 정부가 국내 수출기업에 외환경영기금을 도입한 케이스처럼 은행들이 외환보유고와 기타 외화 자산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한 김우진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개혁회의에서 은행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고 천명한 만큼 당국의 정책방향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세미나 개회사에서 “은행이 현재와 같은 낮은 수익성을 지속할 경우 금융 버팀목으로서 경제의 혈류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은행은 수수료 감면 등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이자수익 이외에도 수익다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9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 9차 금융개혁회의에서  하반기에는 금융 규제개혁을 은행·보험·금융투자·자산운용·여전 등 금융업권별 발전방안을 본격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하반기에는 체감도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금융개혁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금융권 스스로도 경쟁력 강화, 영업행위 규제 등에 대해 업권별 공청회, 토론회 등 논의의 장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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