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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
  • 칼럼
  • 입력 2010.04.01 14:39

경칩이오면...

신용카드의 소액결제를 거절하거나 가맹점 수수료의 상한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안이 무산되었다.
일만 원 이하의 상품을 살 때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카드회사의 수수료에 대하여 일정 비율을 정하여 그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입법의 취지였다.
카드회사가 마음대로 수수료를 정하지 못하도록 하여, 규모가 작은 상인들과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다.
얼마 전에는 4당자제도가 도마에 올랐으나 이 역시 입법에는 실패했다.
카드산업체제를 카드사,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의 3자 방식에서 매입회사제도를 도입하여 4각 체제로 바꾸자는 골자이다.
카드사 외에 전표를 매입하는 전문 회사제도를 도입하면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주장에서다.

이세 가지 입법은 기대하는 바 명분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나름대로 이유도 그럴 듯 하다. 문제는 현실이고 현실의 불확실성을 기초로 한 가정에서 비롯된다. 만원 이하로 물건을 살 때 카드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여 소비자들이 카드대신 현금으로 낼 비율이 늘어나리라는 가정은 옳지 않다.
적어도 현재의 그렇다. 왜냐하면 소액카드결제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잔돈의 관리 등 소비자들이 카드이용이 더 편리하다고 느끼고 있다. 카드전표를 매입하는 회사를 설립하면 수수료가 낮아지리라는 생각도 가설로서도 성립하기 어렵다. 프로세스나 기관이 늘어나면 비용은 오히려 증가한다. 이 정도의 선에서 그러한 법률안이 마무리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입법안을 생각한 당사자나 정당에서는 머쓱하기도 하겠지만 한 편으로는 보면 문제를 제기한 것이나 소비자나 영세상인을 보호하려는 충심(忠心)을 보인 것이니 크게 밑지지는 않았나 싶다.

정부부처를 옮기느냐 마느냐 하는 논란도 역시 명분과 현실 사이의 갈등이 아닌가 한다. 국토전체를 골고루 발전시켜야 한다는 명제 자체를 반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좁은 땅 안에서 정부기관을 여럿으로 나누어 경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정부기관 몇을 옮긴다 하여 균형발전이 되는 게 아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안다.
논란의 또 다른 핵은 본질을 들어내놓고 논쟁하기 어렵다는 거다. 표심(票心)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여 누가 표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기세가 쇠하여 질 때는 수도를 옮겼다. 초기 한성백제는 한강유역의 위례성에서 크게 번성하였으나 고구려에 쫓기어 웅진 지역으로 밀려났다. 이후 다시 더 남쪽의 사비성으로 도피하였다 끝내는 사직(社稷)이 다했다.

21세기 대명천지 사통팔당의 시기에 어디가 어떠냐고 할지 모르지만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선택과 집중이다. 클러스터(Cluster)시대이기도 하다.
맬서스(Malthus, An Essay on Principle of Population) 인구가 재앙이라 하였으나 역사는 역(逆)을 진행한다.
우수(雨水)가 지났다. 경칩(驚蟄)이다. 우수와 경칩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한다. 우수는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다. 경칩이면 겨울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나 미물들 까지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다 같이 미래를 위한 진통이니 만치 세종시 문제가 우수에 한강이 풀리듯이 스르르 풀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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