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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생애사 최현숙 “작별 일기” 출간

현대 사회에서 ‘늙어 죽어감’을 공평치 않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청년투데이=김수현 기자] 가난한 노인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온 최현숙 작가가 ‘해체’되어가는 여든여섯 노모 곁에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천 일간의 일기를 모았다.

 

사람들은 일찍 죽는 것도 싫어하고, 늙는 것도 싫어한다. 그러나 일찍 죽지 않는다면 누구나 늙는다. 모두 나이를 먹고, 죽음을 향해 간다. 부모님도 그렇고, 나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돌봄노동자이자 휴머니스트이자 자식의 시선으로 부모의 늙어감과 죽음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한 “작별 일기”는 최현숙 혼자만의 일기가 아니다. 저자는 ‘노인 하나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어가는가는 지극히 사적이면서 또한 정치적인 문제’라며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 실버산업, 인간의 존엄까지도 냉정하게 되묻고 쪼개봄으로 이 독특한 애도 일기를 완성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일기다. 도벽, 액취증, 부모의 성기 등 내밀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한편, 늙어가는 엄마의 모습 안에서 자신을 보며, 엄마를 이해하려다 자신을 이해한다. 지독한 갈등을 겪었던 아버지와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고, 급기야는 아버지의 슬픔을 느끼며 눈물도 흘린다. 또한, “일흔 중반까지 갈등이 심했던 부부가 어느 시점 이후 눈에 띄게 친밀한 관계로 바뀌는 과정을 보면서 어릴 적 겪었던 상처를 위로할 수 있었고, 관계에 관한 인식도 확장할 수 있었다(370쪽)”고 고백한다.

"작별 일기"에는 ‘해체’라는 단어가 곳곳에 나온다. 많은 단어 중 왜 '해체'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최현숙은 “해체란, 늙음이나 죽어감이라는 단어보다는 죽음까지의 과정을 더 정확히 기술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라며, “몸의 몇 군데가 따로따로 낡아가다가 그 각각의 낡음이 어느 때 서로 만나면 뭉텅뭉텅 주저앉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엄마는, 몸의 부분들이 각각 부서지다가 이제 그 부서짐들이 하나둘 연결되어 한 덩어리씩 뭉텅뭉텅 붕괴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아직 남은 기능들과 만나 함께해보려고 이곳저곳을 더듬어 느끼면서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310쪽)

 

최현숙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에 몸담으며 여성위원장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8년부터는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하며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넋두리를 듣다가 혼자 듣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받아 적기 시작해 '구술생애사'라는 것을 하게 됐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일하며 노인을 비롯해 편견과 배제로 경계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에 관한 다양한 글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할배의 탄생",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노년 공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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