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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월간금융계
  • 칼럼
  • 입력 2012.07.31 16:10

주식을 왜 '주식'이라 말할까?

[월간 금융계]

'불세출의 영웅'이란 무슨 뜻일까, '주식'은 어디서 온 말일까, '회심의 미소'란 어떤 미소일까…. 본지에서는 은행에서 35년간을 근무하면서 옥편과 국어사전을 항상 곁에 두고 단어의 어원들에 대한 재미에 푹 빠져 ‘어느 샐러리맨의 낱말산책’이라는 책 까지 펴낸 산업은행 이경엽실장의 재미난 글을 두번째 연재합니다.

특히 필자는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본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 덕분에, 한자의 어원과 유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낱말들이지만 필자가 연구하고 조사해 풀어낸 말의 정확한 쓰임과 어원을 보면 머릿속의 지식을 관장하는 뇌의 크기가 순간적으로 커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특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자말들의 상당수는 일본말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매월 독자들과 단어들에 대한 이해와 단어들이 주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주식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부 공기업이나 소규모 개인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회사들이 주식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식투자가 일반화된 요즘은 전업 주부들에게도 ‘주식’이란 말은 그다지 생소하지 않다. 그러나 ‘주식’이란 말의 어원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국어사전을 보니, 주식회사는 주식의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주주는 소유 주식에 따르는 권리와 의무를 가질 뿐, 회사의 채권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회사라고 설명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다. 그러나 학교는 ‘주식회사’가 무엇인지는 가르치지만, 왜 ‘주식(株式)’이라 하며, ‘주’와 ‘식’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가르치지 않는다. 선생님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은 선생님들뿐 아니라, 주식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일본식 낱말이므로 쓰지 않으면 좋으련만,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뿌리박고 있어 당장 버릴 수는 없으므로, 자존심이 상하지만 말뜻만은 알아보자.

이 경 엽
현) 한국산업은행 자금결제실장

1958년 경북 감포
대구상업고등학교/건국대 경영학과
일본 게이오대학 성학 석사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1977년 한국산업은행
도쿄지점 과장/방카슈랑스사업단장
구미지점장

국어사전을 다시 펼쳐 ‘주식’을 찾으니 주식회사의 자본을 이루는 단위라고 한다. 주식 금액을 적어 출자한 사람에게 발행하는 유가 증권 곧 주권(株券)도 주식이라 하며, 줄여서 ‘주’라고도 한다. 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갖는 권리와 의무란 뜻의 주주권(株主權)도 주식이다. 옥편은 ‘그루 주(株)’와 ‘법 식(式)’이라고 두 글자를 풀이한다. ‘그루’는 나무나 곡식 따위의 줄기의 밑동이며, ‘한 그루’, ‘두 그루’ 등 나무를 세는 단위이기도 하다. 그러면 나무의 줄기, 또는 나무를 세는 단위인 ‘주’를 왜 ‘주식’이란 용어에 넣었을까?

株式은 일본 에도시대의 ‘가부나카마(株仲間)’에서 온 말이다. 가부나카마는 상공업자들이 막부로부터 독점적으로 상거래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결성한 ‘동업조합’이었다. 여기에서 ‘株(かぶ·가부)'는 특정 동업자들의 자격·지위·특권을 가리키는데, 주식회사의 주주권과 유사한 개념이었다. 그래서 19세기 후반 서양의 주식회사제도가 일본에 들어왔을 때 일본사람들은 ‘가부’란 말을 이 제도에 적용했던 것이다. 주식회사란 ‘가부(株) 방식(式)의 회사’라는 뜻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株가 동업자들의 자격을 뜻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株는 나무를 자른 후에 남는 밑동 곧 그루터기인데, 나무를 베어도 그루터기는 계속 남듯, 세습 등에 의해 계속 유지되는 지위나 신분도 株라 했던 것이다. 따라서 공동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모인 상공업자의 동업조합을 ‘가부나카마’라 부른 것이다. '나카마'는 한패․동료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주권을 '고(股)'라 했다. 1897년 3월 25일자로 조흥은행의 전신인 한성은행이 독립신문에 낸 은행 창립 광고에 “자본금을 4천고(股)까지 한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넓적다리 고(股)’는 잘 쓰지 않는 글자인데, 엉덩이 관절을 뜻하는 ‘고관절(股關節)’이란 용어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새끼나 노 등의 가닥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고본(股本)은 공동으로 하는 사업에 각각 내던 밑천을 말한다.

주식과 관련이 있는 낱말 중에 잘못 쓰기 쉬운 것들이 있는데, ‘지주회사’니 ‘지분’이니 하는 낱말들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여러 금융지주회사들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산업은행도 산은금융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한 kdb금융그룹에 속해 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지주회사’를 검색하니, 한자로 ‘支柱會社’라고 쓴 것이 눈에 띈다. 또, 아래아 글프로그램에서 ‘지주’를 한자로 변환하니 ‘支柱’ ‘地主’ 등 몇몇 낱말이 보이지만, ‘持株’는 없다. 지주회사는 支柱會社가 아니라 持株會社다. 자회사 등 다른 회사의 주식(株式)을 소지(所持) 또는 보지(保持)한 회사란 뜻이다. 지주회사를 영어로는 홀딩컴퍼니(holding company)라 하는데,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hold)있는 회사이므로 그렇게 부른다. 支柱는 버팀대·받침대를 뜻하거나 ‘정신적 지주’ 등의 표현에서 의지할 대상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캠핑장에서 텐트를 세울 때 쓰는 버팀대가 支柱다. 그러나 지주회사는 여러 자회사를 버티도록 하는 支柱 회사가 아니다. 공유 재산이나 권리 따위에서, 공유자 각자가 가지는 몫, 또는 행사하는 비율을 뜻하는 ‘지분’도 ‘가지 지(支)’를 쓴 支分이 아니라 ‘가질 지(持)’를 쓴 持分이 맞다.

주식을 영어로는 stock, share, equity라 하는데, 이들은 각각 어떻게 다를까? stock은 나무 줄기·그루, 비축·저장을 의미한다. 주식회사의 전신은 영국의 ‘공동출자회사(joint stock company)’라 할 수 있는데, joint stock의 stock에는 ‘하나의 집합된 덩어리(single mass)' 또는 ’돈이 열리는 나무‘란 뉘앙스가 있다고도 한다. 돈이 열리는 나무그루 같으므로, stock은 재산으로서의 주식에 초점을 맞춘 말이라 할 수 있다. share는 나누다․공유하다는 뜻인데, 여러 사람의 공동출자로 된 stock이란 덩어리를 균질된 주식으로 나눈 소유권이나 지분(持分)에 초점을 맞춘 말이다. equity는 라틴어로 평등· 공평이란 뜻의 aequus에서 온 말인데, 이것이 주식이나 자본이란 뜻으로 쓰일 때에는 주주가 가지는 평등한 발언권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식을 equity라 하는 이유를, 영국의 형평법(衡平法, equity)에서 찾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어떤 토지소유자가 제삼자에게 토지의 관리를 위탁하고 전쟁에 나가서 죽었는데, 관습법인 보통법(common law)에 따르면 그 아내나 미성년 자녀는 토지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이는 명백히 불합리하다. 그러나 예전 영국의 보통법은 이를 합당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이런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형평법재판소가 만들어졌고, 침해당한 권리가 형평법(equity)에 의해 공평성(equity)의 관점에서 구제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오백만 원의 가치가 있는 물건을 담보로 제공하고 백만 원을 차입하였는데, 이 돈을 갚지 못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러한 경우, 보통법에 따르면 채권자는 담보물건을 채무자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형평법에서는 담보 가치 오백만 원에서 백만 원의 부채를 뺀 사백만 원을 채무자에게 돌려주도록 하였다. 이러한 형평법의 적용 이후, equity란 용어가 순자산(자산-부채)이란 개념으로 정착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을 equity로 부른다는 것은, 주식회사의 자산 총액에서 부채 등 타인자본액을 차감한 순수한 자기자본의 개념으로 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어쨌든 stock, share, equity 모두 주식의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주식을 한자로는 株式이라 하므로 나무의 줄기나 그루를 뜻하는 stock의 뜻과 가장 친한 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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