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금융계 / 이보우 편집위원]

국제금융시장의 기준금리인 리보가 상당기간 조작되었다 한다. 거래를 담당한 인사(trader)들이 곧 사법처리 될 모양이다.

리보는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LIBOR)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조합이다. 이는 글로벌은행에 이자율 기준을 제공하고 금융상품의 가격을 매기는 기초금리가 된다. 런던 금융시장의 은행간 거래에서 자금이 필요한 거래선에 단기간 대부해 주는 무담보 대출이자율로 널리 쓰인다. 자금을 빌릴 때의 금리인 Bid rate의 역이다. 보통 은행들은 그 시점에서 이들 금리를 고시한다. 외환을 사고 파는 가격을 전광판에 게시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국제금융시장의 주도권을 런던에서 뉴욕으로 확실히 전환하겠다는 복심이다. 시장에서는 영미(英美)의 대립보다는 국제금융상품의 가격형성과 체계의 향배에 관심을 기울인다. 360조 달러어치나 되는 국제금융상품에는 이미 조작된 금리가 녹아있다 하더라도 이번 같은 부정이 재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의 보완에 더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양도성정기예금(CD, Certificate of Deposit) 금리의 담합의혹이 논란이다. CD는 은행이 자금조달을 위하여 발행하는 예금증서이지만,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가계대출 금리가 CD에 연동되어 있어 이의 등락에 따라 고객의 이자부담이 달라진다. 지난 해 12월부터 올 7월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된 약 7개월 동안 통화안정증권의 이율은 3.51%에서 3.22%까지 떨어졌다.

이에 반하여 이 기간 중의 CD(91물)금리 는 3.54% 수준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시장에서 이자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CD금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보아도 정상은 아닌 듯하다. 담합의 의혹이 불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란 말이다.

만약 의도적으로 CD 금리를 제자리 걸음을 하게 하였다면 가계대출 196조원의 원금을 기초로 한다면 상당한 금액의 이자를 대출받은 소비자들이 더 물었다는 얘기가 된다. 보기 민망한 건 이 일을 두고 벌리는 정부 부처간의 싸움이다. 의혹이 가면 밝히는 게 순서다. 실상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식으로 조사 자체에 딴지를 거는 건 옳지 않다. 먼저 나서서 사실인지를 파 해치어 찾아보라고 해야 오히려 당당하다. 같은 달팽이 몸에서 난 두 뿔이 겨러봤자 상처뿐이다. 부질없는 와우상쟁(蝸牛相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