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t Strategy

아무래도 이자율을 올릴 모양이다. 지난 2009년 2월에 조정된 기준금리 2%는 이달 현재 16개월 동안동결된 상태이다. 이 금리수준은 사상 최저이고 동결한 기간 또한 역대 가장 긴 기간이다.
남부 유럽국가에서 재정 등으로 국제적 경제위기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지만 국제적인 경기침체는 한 고비를 넘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소비와 설비투자도 늘어나서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올 해 경제성장률도 당초의 예상보다 높은 5.9%로 예상(KDI)한다.
경기회복이 비교적 빠른 일부 국가에서는 이른바‘출구전략 (Exit Strategy)’에 들어가 금리를 올리려는 추세다. 그 동안 경기침체 시기에 풀어놓은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캐나다 호주 등이 금리 인상시기를 만지작거리며, 중국은 국채수익률을 0.04% 포인트 인하하면서 앞으로 이자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시기는 이달의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의 서울 회의 이후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는 남유럽국가의 사정이 불안하고 그 여파가 다른 나라로 옮겨갈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다가 국제공조로 다른 나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금리가 오르면, 바로 기업과 가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기업들은 지난 IMF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채를 많이 줄여 몸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상태이지만 가계부문이 걱정이다.
가계의 부채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나서다. 지난 해말 현재 신용(가계부채 + 판매신용)잔액은 734조원으로, 5년 전인 2004년 말의 475조원보다 약 54.5%가 늘어났다.
그간의 낮은 금리에서 가계들이 부동산 등 자산투자를 크게 늘린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이자를 올린다 해도 가계들은 적기에 이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갖고 있는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아도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매매가 제때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늘어난 이자부담이나 빚을 빚으로 갚기 위한 대출도 여의치 않다.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계들의 줄 도산이다.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돈을 걷어들이는 데 시간을 주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 사이 가계들이 자력으로 소득을 늘리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도록 하고, 스스로 연착륙하도록 내성을 키우는 전략이 구사해야 한다.
다른 얘기지만, 미국은 늪 속에 빠져있던 베트남전쟁에서 희생을 최소한도로 줄이면서 명예롭게 그 곳을 빠져 나오려는 출구전략에 골몰했었다.
처음부터 뜻한 바를 이루었거나 설령 성공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더 이상 거기에 머무를 필요가 없거나 그 곳에 존재 함으로서 더 큰 희생과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슬그머니 그 장소를 벗어나는 전략이다.
북이 우리함정을 두 동강으로 만들어 놓고서도 오리발 생떼를 부리고 있다. 이런 속성이 그들 특유의 출구전략일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치졸하다.
온 세상이 다 아는 뻔한 사실(fact)을 두고 괴담을 흘리는 일군(一群) 사람들도 측은하기는 마찬가지다. 생업이나 신앙에서 비롯된 것인지, 미망(迷妄)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출구를 찾아야 할 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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