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양학섭 기자
  • 칼럼
  • 입력 2012.09.03 14:37

현금과 통화

[월간 금융계 / 양학섭 편집국장] 
'불세출의 영웅'이란 무슨 뜻일까, '주식'은 어디서 온 말일까, '회심의 미소'란 어떤 미소일까…. 본지에서는 은행에서 35년간을 근무하면서 옥편과 국어사전을 항상 곁에 두고 단어의 어원들에 대한 재미에 푹 빠져 ‘어느 샐러리맨의 낱말산책’이라는 책 까지 펴낸 산업은행 이경엽실장의 재미난 글을 세번째 연재합니다.

특히 필자는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본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 덕분에, 한자의 어원과 유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낱말들이지만 필자가 연구하고 조사해 풀어낸 말의 정확한 쓰임과 어원을 보면 머릿속의 지식을 관장하는 뇌의 크기가 순간적으로 커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특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자말들의 상당수는 일본말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매월 독자들과 단어들에 대한 이해와 단어들이 주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이번 호에서는 돈과 관련된 낱말 몇 가지의 뜻을 살펴보자. 우선 ‘돈’이란 말의 어원을 찾아보면, 돌고 돌기 때문에 돈이라는 설, 明이란 글자가 새겨진 고대 중국의 명도전(明刀錢)처럼 칼 모양을 한 도전(刀錢)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최근에는 명도전보다 더 오래되었다고 하는 첨수도(尖首刀; 머리가 뾰족한 칼 모양의 화폐)에 한글로 ‘돈’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하여 한글로 추정되는 글자가 삼천년 전부터 사용되었다는 주장도 매스컴에 보도되었으나 확실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 경 엽
현) 한국산업은행 자금결제실장

1958년 경북 감포
대구상업고등학교/건국대 경영학과
일본 게이오대학 상학 석사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1977년 한국산업은행
도쿄지점 과장/방카슈랑스사업단장
구미지점장
돈을 가리키는 낱말 중에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현금․현찰․통화․화폐 등이 있다. 현금(現金)은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을 말한다. 물건을 살 때 그 자리에서 물건 값으로 바로 치르는 맞돈이란 뜻이다. 현금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는 현찰(現札)은 지금 가지고 있는 지폐를 가리키는데, 여기에서 ‘찰’은 패(牌)를 뜻하며, ‘패’는 그림이나 글씨를 표시한 종이나 나무 조각을 말한다. 통화(通貨)는 한 나라 안에서 통용되고 있는 화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통화’는 강제 통용되는 화폐 또는 유통화폐(流通貨幣)를 줄인 말이다.

‘화폐’는 일반적으로 영어 Money나 프랑스어 Monnaie 등에 대응하는 번역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한자 문화권에 오래전부터 있던 낱말이다. 글자 그대로 보면 ‘재화 화(貨)’와 ‘비단 폐(幣)’로 이루어졌는데, 비단도 한 때 물품화폐로 사용된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27년 (1445년) 첫 번째 기사에 보면, 저화를 사용할 때 지켜야 할 조건에 대해 세종에게 아뢰는 내용이 나온다. 원문에 보면 貨幣(화폐)․楮貨(저화)․銅錢(동전)․楮幣(저폐) 등의 낱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貨와 幣는 각각 사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사용되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때 주조된 대표적인 화폐는 상평통보(常平通寶)라는 엽전이다. 상평통보는 조선 말기까지 약 200년간 유일한 법화로 통용되었다. ‘상평통보’란 떳떳이 평등하게 널리 통용되는 보배라는 뜻이다. ‘상평’은 ‘상시평준(常時平準)’ 즉 크게 변동되지 않고 항상 평균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상평통보와 같은 주조화폐를 흔히 엽전(葉錢)이라 하는데, 이 말은 근대 이전의 주화를 만드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주화를 만드는 거푸집은 나뭇가지에 잎이 달린 모양처럼 되어 있는데, 거푸집 한 쪽에 주물을 부으면 각 잎 모양의 틀로 주물이 흘러가고 이것이 굳으면 나뭇가지에 달린 잎사귀처럼 보였기에 엽전이라 부른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보배’란 낱말을 찾으면 금은(金銀)․주옥(珠玉) 등의 귀중한 물건이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寶貝)’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보배란 말이 한자어 보패에서 왔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貝는 조개를 뜻하는 글자인데, ‘보배 보(寶)’ 안에도 들어가 있다. 貝를 옥편에서 찾으니 조개의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 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조개가 화폐로서 통용되었으므로, 재물 재(財), 재화 화(貨), 바꿀 무(貿), 귀할 귀(貴),

팔 매(賣), 살 매(買), 쓸 비(費), 빌릴 대(貸) 등 경제에 관한 글자에 많이 쓰이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조개들이 있다. 그렇다고 홍합이나 새조개나 골뱅이 껍데기들이 모두 화폐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 사진에 보이는 황색 보패(寶貝)가 화폐의 역할을 했다. 그 모양에서 한자 貝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 화폐로 사용된 이 보패를 일본에서는 자안패(子安貝; 고야스가이)라 하는데, 모양이 여성의 성기를 닮아서 임산부가 출산을 할 때 이것을 손에 쥐고 있으면 순산을 한다고 믿은 데에서 온 이름이라고 한다.

은행에서 전표나 대출서류 등에 금액을 적을 때, 액수 아래에 ‘정(整)’이라는 글자를 쓰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정’은 우수리가 없는 가지런한 액수임을 나타낸다. 그래서 ‘꼭’이란 뜻을 가진다. ‘5만 원정’은 ‘틀림없는 5만원’, ‘꼭 5만원’이라는 뜻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우리나라 화폐의 단위는 ‘원’이다. 한자로 쓰지 않고 한글로 ‘원’이다. 한자로 쓴 ‘원(圓)’은 1953년 2월의 화폐 개혁 이전의 단위였는데 한자와 한글을 함께 썼고, ‘환(圜)’은 1953년부터 1962년까지 통용되었던 화폐 단위였는데 역시 한자와 한글을 함께 썼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외국 화폐인 일본 엔화, 미국 달러화, 중국 위안화의 유래와 그 기호를 살펴보면 재미있다. 일본 엔화의 ‘엔’은 한자로 円이라 쓰고 えん(엔)이라 읽는데, 로마자로는 yen으로 표시한다. 원래 발음대로 하면 en이 맞지만 円이 화폐 단위가 된 메이지 시대의 가나(かな)표기법으로는 yen이었다는 설과, en이 in으로 읽힐 염려가 있어서 yen으로 했다는 설 등이 있다. yen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외국인들 중에는 ‘옌’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지만, 일본 사람들은 ‘엔’으로 발음한다. 엔을 표시하는 기호 ¥는 물론 Yen의 첫 글자에서 따 왔지만, Y와 구분하기 위해 두 줄을 더한 것이다. 원(Won)화를 ₩으로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국 달러화($)는 D가 아니라 S에 두 줄을 내리그은 모양이다. 여기에도 몇 가지 설이 있다. S는 스페인(Spain)의 머리글자이고, 두 줄은 지브롤터해협에 있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나타낸 것이라고도 하고, United State의 U와 S를 합친 것이라고도 한다. 미 달러화를 한자로 ‘불(弗)’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弗이 $와 모양이 비슷하여 그렇게 쓸 따름이다.

중국의 화폐 단위 ‘위안’은 한자로 元 또는 圓을 쓴다. 두 글자의 중국어 발음은 같다. 실제로 지폐에는 圓의 간자체가 인쇄되어 있고, 1위안 주화에는 元으로 되어 있다. 圓을 쓰는 이유는 주화의 모양이 둥근 데에 주로 기인한다. 元은 둥근 화폐를 뜻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유래가 있다. 당나라 때에 개원통보(開元通寶)란 주화를 만들었는데, 나중에 사람들이 이를 개통원보(開通元寶)로 잘못 읽게 되어 원보(元寶) 곧 원(元)이 일반적으로 화폐를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에서처럼 ‘개원통보’의 네 글자는 위→아래→오른쪽→왼쪽의 순서로 읽어야 하는데, 위→오른쪽→아래→왼쪽으로 읽어 ‘개통원보’가 되어 버렸다. 이후 명․청대에 금과 은으로 만든 화폐를 ‘원보’라 하였고, 청말기에 은원(銀元)과 동원(銅元)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1948년 중국이 인민원(人民元)을 발행하면서 元을 계승하게 된 것이다.

 

열정, 노력, 꿈 그리고 청년투데이
저작권자 © 청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1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Jason 2015-04-24 23:19:09
Well done on your latest blog entry. I have been looking for additional information on this subject for along time now.
Andrea 2015-03-21 19:16:38
You could definitely see your enthusiasm within the paintings you write. The world hopes for more passionate writers like you who aren’t afraid to say how they believe. Always go after your heart.
Jerrell 2015-03-09 10:56:07
I’m very pleased to discover this site. I need to to thank you for your time for this particularly wonderful read!! I definitely savored every part of it and I have you book marked to see new information in your website.
Jude 2015-02-18 00:06:20
obviously like your web-site but you need to test the spelling on quite a few of your posts. Many of them are rife with spelling problems and I in finding it very troublesome to tell the reality however I will certainly come again again.
Lloyd 2015-02-17 06:11:38
Thanks so much for the blog article.Really looking forward to read more. Much oblig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