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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영의 영화감상 "바베트의 만찬"

[월간 금융계 / 박시영 객원기자, 배우]

 

<바베트의 만찬>


감독 : 가브리앨 엑셀, 제작 : 1987년, 장르 : 멜로,드라마, 런팅타임 : 102분

박시영 객원기자, 배우
영화 <바베트의 만찬>은 1987년 가브리엘 악셀 감독에 의해 이자크 드네센의 소설이 영화화 된 작품이다.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넘었고 가브리엘 악셀 감독이 70세에 만들었으며 50이 훨씬 넘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렇게 겉만 보면 재미없고 지루할 것 같지만 <바베트의 만찬>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빛깔 좋은 음식들이 나오는 눈이 즐거워지는 영화다.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기까지 하는, 말 그대로 걸작 필름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감상에 있어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발견된다. 칸 영화제 기독교 영화상을 수상한 이력이 존재하고, 영화의 배경에 종교적인 요소가 있어 많은 이들에게 종교영화로만 판단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 하지만 종교영화로 국한시키기에는 놓치는 부분이 생겨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의 의도는, 인생 전반에 걸쳐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욕망'이라는 것에 대한 고찰이 아니었을까.

 


고대 철학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욕망'이라는 단어는 끊임없이 문제시 되어 왔다. 철학자 팰릭스 가타리는 욕망이란 몸, 감성, 상호작용에서 작동되는 생명 에너지이며, 욕망의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작용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의 욕망은 지식, 문화 등 모든 영역으로 신들린 듯 확산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자본의 욕망을 자기의 욕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적 욕망은 정신분열적 속성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듯 욕망은 그것의 정도와 방향, 성격 등에 의해 여러 의견이 생성될 수 있는 테마일 것이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은 서로 다른 성격의 욕망이 인생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헤아리고 판단해 볼 시간을 제공한다. 이 영화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파핀과 로렌스는 세속적인 인물을 대표한다. 그들은 물질과 명예의 성공을 목표로 수십 년을 살아간다. 오페라 가수인 파핀은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사랑보다는 '스타'라는 것 즉 인기와 명성에 더 현혹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는 나중에서야 자신의 욕망이 모두 부질없음을 깨닫게 되며 그것에서 오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심히 괴로워한다. 장교인 로렌스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목표로 한 사회적 지위를 얻지만, 누군가에게 보여 지기 위한 성공이 결국에는 모두 실패라고 느끼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것과 대조적으로 삶의 만족을 다른 것에서 찾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신앙과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두 자매와 요리의 예술가 바베트가 그들이다. 이들은 두 남자들과는 다른 성격의 욕망을 지니고 있다. 우선 두 자매의 욕망은 타인의 시선 이라 던지 물질적인 것에서 완전히 벗어난 부류이다. 그것은 신의 사랑과 가르침에 대한 배움과 실천으로, 마음에 평화와 경건함을 준다. 그들이 생산한 정신적 만족감은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온 인물은 미처 경험할 수 없었던 순수하고 고귀한 것이다. 바베트 또한 복권 당첨금 만 프랑을 모두 요리에 바칠 수 있을 만큼 요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다. 그녀의 예술에 대한 욕망은 명성, 물질에 대한 기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만족감과 더불어 자신의 창작 활동이 상대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에 대한 기쁨으로부터 비롯된다. "저는 위대한 예술가에요, 마님들. 위대한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라고 바베트가 말하듯, 그녀의 욕망은 깊으면 깊을수록 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바베트의 만찬>은 단순한 플롯과 단순한 촬영기법을 통해 얻어진 동화 같은 영화다. 그러나 그 속에는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어 삶과 욕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그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면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을 다시 정돈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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