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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fn21
  • 은행
  • 입력 2010.07.12 15:01

은행 대형화의 장·단점 비교

은행은 일반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 대형화를 추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규모에 비해 은행들이 다소 영세하고 국제화도 미진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의 대형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은행이 대형화하면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고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되며 대형화된 은행이 국내영업에 집중할 경우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는 등의 문제도 있다.

또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금융기관 대형화 억제 움직임도 우리나라의 은행 대형화 논의 시 부담스러운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은행의 대형화는 이처럼 여러 가지 장·단점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대형화를 검토할 때 보다 면밀히 대형화의 장·단점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2009년판『The Banker』지에 따르면 2008년말 현재 총자산 기준으로 세계 최대 은행은 영국의 Royal Bank of Scotland로 총자산 규모가 무려 3조 5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4,200조원(환율1,200 가정 시)에 달한다.

이는 2008년말 영국 경상 GDP(2조 6,800억 달러)약 1.3배,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은행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의 2009년말 은행 총자산 (277조원) 대비 15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그렇다고 전세계에서 이 은행만 예외적으로 큰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총자산 규모가 2조 달러가 넘는 은행이 8개, 1조 달러가 넘는 은행이 24개나 된다.

2009년 우리나라 경상 GDP가 현재 환율로 1조 달러에 못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최대 은행의 총자산 규모가 0.2조 달러 정도에 불과한 우리나라 은행들은 다소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물론 우리나라 은행들은 해외영업을 거의 하지 않고 국내영업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국내시장만 고려하면 결코 작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은행 대형화의 유인 및 필요성

은행들이 규모를 키우려고 하는 주된 이유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규모의 경제란 어떤 사업을 하는데 고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규모를 키워 생산을 늘릴수록 단위 생산물당 평균비용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은행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자금중개, 정보화 투자, 신상품 개발 업무 등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이 자금중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지점을 설치해야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직원을 고용해야 하며, 전산시스템도 마련해야하는 등 투자가 필요하며 여기에는 상당한 고정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은행이 대형화하여 자금중개 규모가 커질수록 자금중개의 단위당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또 신상품개발의 경우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막대한 개발비용을 감당하고 신상품의 판매처를 넓혀 규모의 경제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은행의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은행의 총자산과 비용소득비율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대체로 역관계를 보여주고 있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형화가 의미가 있다 하겠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개별은행 차원에서 대형화를 추진하는 주된 이유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은행산업 전체 차원에서 은행대형화를 추진해야 할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은행들의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은행들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합병을 통해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영세성을 극복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일반 은행의 평균 자산규모는 2000년 30.4조원에서 2009년말 현재 86.6조원으로 3배정도 증가하였고, 일반은행 평균자산의 경상 GDP대비비중도 2005년 5%에서 2009년말 현재 8.1%로 증가하여 실물부문에 비해서도 은행의 평균자산 규모가 커짐에 따라 대형화가 크게 진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 경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은행들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2008년 경상 GOP 기준 세계 15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2009년 『The Banker』지 기준으로 우리나라 은행 중 총자산 규모가 가장 큰 우리금융지주 산하 은행들(우리·경남·광주은행)의 규모는 세계 81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보다 자산규모가 더 큰 80개의 은행 중 하나라도 보유한 국가가 21개국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경제규모에 비추어 볼 때 여타 국가에 비해 개별은행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09년 『The Banker』지의 데이터를 기초로 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산업내 최대 은행의 경상 GDP 대비 자산 비중은 24.9%에 불과하여 영국(130.6%), 독일(83.5%), 프랑스(100.8%) 등 유럽국가들은 물론 캐나다(48.1%), 호주(57.1%), 일본(41.3%) 등에 비해서도 작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은행들의 대형화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국제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그동안 국내시장에만 영업을 집중해 온 결과 국제화 수준이 크게 낮은 상태에 있다.

다국적 기업의 국제화 수준을 나타내는 TNI (transnationality index)의 경우 국내은행 중 가장 높은 은행이 11%대 정도여서 UBS(76.5%)나 Citigroup(43.7%)등은 물론 일본의 MitsubishiUFJ(28.9%) 보다도 현격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국내은행들이 해외시장에서 대형선진은행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고 또 해외진출에 따른 초기부실을 충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대형화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 대형화의 문제점

우리나라 은행의 대형화는 앞에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대형화로 인해 우려되는 점은 금융시스템 리스크의 중대 가능성이다.

대형은행의 부실화는 곧바로 시스템 위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이를 피하기 위해 감독규제를 다소 관대하게 적용하려고 하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또 대형은행은 자산·부채·영업형태 등이 복잡하여 정보의 불투명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규율이 약화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대형은행에 대해 감독규제가 관대해지거나 시장규율이 약화되면 대형은행은 레버리지를 높이고 고위험을 추구하는 등 도덕적 해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국 대형은행의 부실확대와 이에 따른 시스템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경영부실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부 대형은행의 자금수급계획 또는 전산시스템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지급결제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마비될 가능성도 상존하게 된다.

은행 대형화의 또 다른 우려사항은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말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종업원 수의 87.7%에 달하는 1,147만명을 고용하고 있고, 생산액 및 부가가치 비중도 각각 46.4%, 49.2%에 이르는 등 우리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정보의 불투명성이 높기 때문에 공개된 정보에 주로 의존하는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보다는 대출심사를 하는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을 이용해 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08년 중소기업 금융이용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자금조달 중 은행자금의 비중은 무려 71.5%에 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 대형화는 중소기업 대출 축소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은행은 일반적으로 본부에서 지역의 대출 심사역들을 일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표준화된 대출심사 기준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과의 오랜 관계에서 축적한 기업의 내부정보에 바탕을 둔 관계대출에 주로 의존하는 중소기업 대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은행이 대형화될수록 중소기업 대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하겠다.

또 은행간 합병을 통해 은행 대형화가 일어날 경우 일반적으로 은행지점의 중소기업 대출 심사 담당자에 대한 구조조정 및 이직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에 중소기업과 형성된 관계금융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중소기업 대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체로 국내영업에만 집중하고 있어 상위3개 은행의 원화 예금 기준 일반은행 시장점유율이 67%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대형화된 은행이 해외진출에 소극적이고 국내시장에 안주하려할 경우 독과점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은행 대형화가 부담스러운 또 다른 요인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금융기관의 대형화 억제 움직임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의 인수·합병 관련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소위 볼커룰(Volcker rule)을 제안하였으며 현재 이의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금융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있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및 금융안정위원회(FSB)를 중심으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 SIFI)에 대한 규제강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BCBS 및 FSB 에서는 SIFI에 대해 추가자본적립 및 유동성 규제 그리고 시장 점유율의 상한 규제 등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러한 규제가 실제로 도입되면 은행 대형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처럼 국제적으로 은행 대형화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은행 대형화를 추진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맺음말

은행 대형화에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여러 가지 장·단점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화가 좋다 혹은 나쁘다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대형화된 은행이 국내영업에만 집중하느냐 해외영업을 강화하느냐에 따라 국내 시장의 경쟁제한성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은행규모를 얼마만큼 대형화하느냐보다는 은행 대형화에 따르는 장·단점을 면밀히 비교·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는 은행이 대형화 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규모의 경제효과 및 국제화 확대 등에 따른 장점과 높은 시스템 리스크 및 중소기업 대출 위축, 경쟁제한성 증가 등의 단점을 신중히 고려해서 은행 대형화에 대한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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