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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영의 영화감상 "바그다드 카페"

[월간 금융계 / 박시영 객원기자, 배우]

< 바그다드 카페>


박시영 객원기자, 배우

문화계 전반에는 지금 힐링 열풍이 불고 있다. 왜 '힐링'이라는 단어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일까?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 사회에선 자신도 모르게 가까운 타인들로부터, 그리고 세상의 여러 환경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살아간다. 그 상처들이 정신적 아픔으로 깊어지고 육체적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들 그 마음이 평안치 못하다면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연유로 '힐링'은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요소로 존재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25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이러한 시대 풍조를 타고 대중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영화다. 도처에서 상처받아 시들어 버린 관객의 마음을 치료해주며 정화시킨다. 명상을 통해 안정을 되찾듯 영화로 말미암아 고요를 맞이하게끔 도와준다.

햇빛으로 가득한 바그다드 카페

캘리포니아의 사막 한가운데. 찾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 바그다드 카페가 놓여있다. 허구한 날 오만상을 쓰는 우울증 초기 단계의 브렌다(Brenda: CCH 파운더 분)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곳. 이 외롭고 어두운 곳에 쟈스민(Jasmin: 마리안느 제게브레이트 분)이라는 햇빛이 들어온다. 그녀의 등장이 브렌다는 탐탁지 않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한 것이다. 그러나 점차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게 되고, 마침내 햇빛은 태양에너지 발전소의 거울에 반사되어 수천 개의 햇빛을 만든다.


 

'오늘날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칭한다. 영화는 사진과 회화의 시각적 이미지, 문학의 이야기하기 그리고 공연예술의 연극적 요소와 음악까지 거의 모든 예술의 총체적 속성을 아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는 독자적이라기보다는 항상 다른 예술분야와의 관계 속에 존재하며, 그로 인해 종합예술로서의 넓고도 깊은 표현 영역과 정신세계를 갖게 된다.' 영화<바그다드 카페>는 이러한 영화의 속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노을에 빠진 풍경은 보는 이를 몽롱하고 황홀하게 만들며 때맞춰 나오는 Calling You 라는 음악은 한 번 더 감성을 자극시킨다. 영화가 세상에 알려짐과 동시에 유명해진 이 음악은 인물들의 좌절과 힘겨움을  깊이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그런가하면 두 여자의 재회 후 공연을 벌이는 시퀀스는 뮤지컬을 감상할 때와 유사한 기쁨까지 선사한다. 생기가 가득하고 힘이 넘치며, 그들의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감독은 유럽, 미국, 인디언 문화를 고루 섞어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좀 더 뚜렷하게 만들었으며, 아울러 배우들의 명연기 덕에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탄생되었다. 마을 연극 공동체에서 연기를 시작한 마리안느 제게브레이트는 이 영화가 세 번째다. 그녀는 남편 옆에서 수동적이었으나, 점차 자신을 찾아가며 활기를 찾는 쟈스민의 모습을 탁월하게 연기하며, 후반부에서는 능청스러움과 '끼'를 여지없이 발산한다. 모니카 칼하운 또한 필리스를 재미있게 표현한다.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그녀는 아직 풋풋하고 촌스러웠던 마릴린 먼로의 어릴 적 모습을 연상케 한다. 사디스트 기질을 갖고 있는 데비도 인상적이다. 왜 떠나느냐는 이웃의 물음에 "이 곳은 너무 화목해요"라고 대답하는 그녀는 타인의 고통을 즐기고 평화를 모르는 여자다. 이 부분은 해학적으로 표현되어 관객의 웃음을 유발시킨다. 이외에도 감독은 무지개, 부메랑 등 상징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영화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페미니즘의 희미한 분위기를 띄고 있는 이 영화는 두 여인이 남자들 속에서 잃어버려야 했던 자신을 찾아나가는 구조를 갖는다. 그 테두리 안에서 여러 메시지와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줄 아는 쟈스민은 카페를 탈바꿈 시키며, 그녀의 기운을 곧 캘리포니아 전 지역에 전파시킨다. 그것은 스크린 밖으로 새어나와 비로소 우리도 브렌다와 함께 치유됨을, 채워짐을 느끼고 수천 개의 햇빛을 만들 수 있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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