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월간금융계
  • 칼럼
  • 입력 2012.11.08 11:59

[칼럼]이보우 편집위원, '독도의 불똥'

[월간 금융계 / 이보우 편집위원]

독도의 불똥

 


지난 달 한일간의 570억 달러 통화스왑 협정이 끝났다. 이로서 양국간 스왑잔액은 70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줄어든다. 국가간 통화스왑은 자국의 돈을 상대국 돈과 맞교환 하는 방식이다. 외환부족 등 위급 한 시기에 자국의 통화를 상대나라에 맡기고 해당국의 돈이나 달러를 빌려오는 중앙은행간의 거래다. 빌리는 측에서 이자나 일정액의 수수료를 부담한다.
정부는 일본과의 스왑규모가 줄어들었다 하여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의 신용등급이 올라 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이 튼튼해졌고,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을 뿐 아니라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여 대외건전성이 크게 개선 되었다는게 이유다.
그렇기는 하다. 부도의 위험을 나타내는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이 지난 해 10월 말의 137bp에서 올 10월 초에는 83bp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국채가 부도날 가능성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세계 유수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도에서도 일본과 같거나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외환보유고는 금융위기가 진행 된 2008년 말의 2,012억 달러에서 현재 약 3220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단기외채 비중도 같은 기간에 47.2%에서 33.8%까지 줄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IMF의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는 자본시장의 변동성(volatility)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갑작스런 대외 충격에도 버틸 수 있다. 한국 금융기관의 해외도매시장 조달(wholesale funding) 의존성이 너무 높다. 지금 같은 경기침체 시기에 외화 조달여건이 악화되면 외국인들이 일시에 국내 외화자금을 회수해 갈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아직은 충분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은행의 외화자금 부족분 약 70%가 이 도매시장에서 단기로 조달한다. 때문에 단기외채 비중은 신흥국인 멕시코(24.7%)나 브라질(16.2%)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일간 스왑의 종결을 두고 양국은 다같이 경제금융적 판단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독도문제가 불거지고 양국간이 신경전이 벌어질 즈음에 일본은 일찌감치 경제제제를 들고 나왔다. 만기가 돌아오는 스왑이 이에 포함된 것이란 예상은 이미 이때부터 불거졌다.
연이어 우리가 만기 연장을 요청하지 않는 한 중단하겠다는 소식은 한국이 고개를 숙이고 사정하지 않으면 그만 두겠다는 통첩이었다. 일본도 한일간 스왑에서 엔화가 강세를 막고 유휴자금을 이용하여 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경제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외환위기 등에 대처하는 방화벽(fire wall) 의 하나로 중요하다. 우리측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절실하다는 걸 일본은 안다.

1998년의 외환위기 때에도 일본은 우리의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당시 그리 크지 않은 외환을 빌려주었으면 IMF에 가지 않고서도 극복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국내은행에 빌려 준 단기자금의 연장마저도 거부했다. 그때 일본의 사정도 녹록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의 융통은 가능하다는 게 일반 관측이었다. 당시 이런 냉대의 이면에는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우리의 독도관련 발언이 빌미가 되었다는 추측도 많았다. 미국이 반대했을 수도 있다. 주변을 돌볼 처지가 아니다라고 한 말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장을 관행으로 하던 은행의 단기자금마저 회수하는 건 지나쳤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신의가 아니다.
세계경제는 블록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아세안, EU, 등은 지역 협력을 늘리고 무역을 증진한다.
‘독도갈등’은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세아의 경제적 협력관계, FTA 등 역내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그런 다툼이 경제에까지 불똥을 뛰게 해서는 안 된다.
4백여 년 전 임진년에는 일본은 수십만 병력을 동원하여 한 반도를 유린했다. 이제는 돈을 앞세워 독도를 넘보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더 잘 사는 방법 외에 달리 길이 없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 누가 경제를 더 살리고, 더 키울 재목인가를 살펴야겠다. 살림을 늘릴 생각은 하지 않고 쓸 곳만을 꿰는 후보는 제외다.

열정, 노력, 꿈 그리고 청년투데이
저작권자 © 청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