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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소설가 전정희
  • 칼럼
  • 입력 2023.09.28 17:08

추석 단상(斷想)

글/전정희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고 태풍이 잦았던 여름이 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더위도 가을에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계절의 변화만큼 신비한 것도 없는 듯하다. 계절의 변화는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만약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지 않거나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 자전만 한다면 계절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고독의 계절, 사색의 계절, 독서의 계절, 만남의 계절, 그리움의 계절, 수확의 계절, 나눔의 계절, 여행의 계절 등으로 불린다. 또 가을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약 2년여간 묶였던 가족, 친지들과의 방문이 가능해져 벌써 마음이 바쁘고 실제로 주변이 북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특히 10월 2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6년 만에 추석 연휴가 개천절을 포함해 6일간 쉴 수 있게 되었다. 인사혁신처가 추진한 이번 임시 공휴일 지정은 추석 명절을 맞이해 6일간의 연휴 동안 충분히 쉬고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결정되었다. 정부는 이 기간에 60만 장의 숙박 할인 쿠폰 배포와 함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었고 공식적으로 여행이 가능해져 추석에 집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에 만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도 크다.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다른 말로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로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가을의 중간에 있다 하여 ‘중추(仲秋)’라 불렀으며 달에 제사 지내는 날이라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불렀다.

추석은 여름처럼 덥지 않고 겨울처럼 춥지 않아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같아라’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1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맞이하는 달의 명절로 가을 중에서도 달빛이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날이다. 달은 매일 모습을 바꾸어 한 달에 한 번은 보름달로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혀 공포와 두려움을 없애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여인의 다산을 달의 정기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자손을 낳게 해달라고 보름달을 보고 숨을 크게 들이키는 풍습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농경민족으로서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여 풍년을 축하·감사하며 햇곡식으로 밥, 떡, 술을 빚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여 그 은혜에 보답했다. 추석에는 음식을 서로 나누고 후한 인심을 나누었으며 농사를 마감한 한가한 시기에 다음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소놀이, 거북놀이, 줄다리기, 씨름, 활쏘기 등 세시풍속으로 공동체 의식을 다지기도 했다.

이번 추석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10월 2일로 인해 연휴가 6일이나 되고 직장인이 4~6일을 휴가 신청한다면 한글날까지 포함해 최장 12일을 쉴 수 있어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이번 추석에는 고향을 찾아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일가친척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코로나로 묶였던 발이 풀린 셈이라 갈 곳도 많고 할 일도 태산이다.

해마다 추석을 맞이하지만, 늘 이맘때면 생각나는 것은 고향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다. 같은 하늘도 고향의 하늘은 왜 다르게 생각되는지, 아마도 마음의 원천이 되는 공간이어서일지도 모른다. 
고향의 하늘에는 그리운 가족들의 모습이 떠 있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먼저 떠난 형제자매들의 얼굴이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나타나는 곳이 바로 고향의 하늘이다. 또 터만 남은 고향의 집도 떠오른다. 곧 골프장이 들어서는 옛집은 이제 터조차 어디쯤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고향을 떠올리면 어린 필자와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깔깔거리며 함께 웃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지금은 복개천으로 덮인 개천, 마을 입구에 커다랗게 서 있던 느티나무, 떼지어 날아다니며 하늘을 온통 빨갛게 물들이던 고추잠자리, 밤새 울던 귀뚜라미, 그리고 시끄럽게 울어대 귀청을 때리던 매미소리, 담장을 따라 누렇게 익은 늙은 호박, 길옆에 무성하게 자란 코스모스 등등 추억 속에 갇힌 그 모든 것이 그립고 그립다.

모쪼록 이번 추석이 기쁘고 벅찬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자매들과 만나서 얼굴 붉히고 싸우는 추석이 아닌, 옛일을 떠올리며 오순도순 기억을 나누는 정다운 추석, 그 기억을 가지고 남은 날들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그런 추석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모처럼 날씨가 좋아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희망한다.
 

 

필자소개

소설가 전정희 

현재   강원도 동해시 대외협력관
         강원도 평창군 홍보대사
         강원도 화천군 홍보대사
         세이브더칠드런홍보대사
          
         대한민국 가족지킴이 홍보대사
         MBN 생생정보 아나운서
         채널A 행복한 아침 아나운서

2023년 세계문학상 올해의 작가상수상
2023년 세종문학상 대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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