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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fn21
  • 금융
  • 입력 2011.10.05 09:48

‘변동성으로 본 국내 금융시장’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다수 선진국에서 재정위험 증가와 실물경기의 재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신흥국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리먼사태가 발생한 지 3년 만에 또다시 전세계 주가의 동반 폭락을 경험했다. 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의 위기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국내 금융시장도 이러한 파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불안이 확대되기 시작한 8월과 9월 종합주가지수는 20% 가량 하락했으며, 외국인투자자도 국내주식시장에서 약 7조 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들어서만 100원 이상 급등한 상태이다. 특히 주가의 낙폭이 컸던 8월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던 환율이 9월 들어 부쩍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대외충격에 대한 국내금융시장의 취약성 문제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지속돼 온 경상수지 흑자기조와 그에 따른 보유외환의 증가, 은행의 외환건전성 등이 강화된 결과 우리경제가 지니고 있던 대외 취약성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면 선진국의 재정제약과 경기둔화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그에 따른 금융불안이 향후 반복적으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또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현재의 구제금융 체제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금융시장에 더 큰 불안국면이 도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주요 금융지표의 변화양상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봄으로써 우리 금융시장이 대외충격에 대한 민감도를 살펴보았다. 또 주가와 환율, 금리의 변동성이 2008년 하반기와 비교했을 때 최근에는 어느 정도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대외충격의 크기는 어떠하였으며 우리 금융시장의 취약성 정도가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Ⅰ. 주요 금융변수 변화

1. 주가

주가하락 순위, 리먼사태에 비해 크게 높아져
8월 이후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우리나라는 G20 국가 가운데서는 아르헨티나(-24.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0.7%의 주가 하락률을 나타냈으며, 러시아(-20.1%)와 독일(-19.8%)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회복을 나타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독일과 우리나라는 기존에 가진 수출경쟁력에 통화절하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이점까지 더해지면서 수출경기의 호조가 경제회복을 이끌었고, 아르헨티나와 러시아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득증가로 이어진 경우이다. 향후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 나라의 주가하락폭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8년 당시 G20 국가들 중에서는 주가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에 속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하락률 순위가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는 대외충격에 대한 국내 주식시장의 민감도가 크게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우리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선진국의 경기둔화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국내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보유비중이 높아 금융시장의 위험 확대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주가하락을 가속시키는 요인도 함께 작용한 결과이다. 리먼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 2분기 말을 기준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금액은 2,411억 달러 규모인데 반해, 이후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2009년 249억 달러, 2010년 230억 달러)되고 주가도 크게 오른 결과, 2011년 2분기 말을 기준으로는 외국인의 국내주식 보유규모가 3,376억 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 동안 외국인투자자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도 27%에서 33%로 상승했는데, 이는 현재 외국인의 보유규모가 큰 만큼 대외충격이 발생했을 때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는 투자자금의 규모도 그만큼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하락 두드러져
이러한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특징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G20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들로까지 분석대상 범위를 넓혀서 보면,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하락이 두드러진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주가의 하락폭이 가장 큰 우리나라 외에도 홍콩(-20.5%)과 태국(-18.6%), 대만(-17.9%), 인도네시아(-16.2%), 싱가폴(-16.0%) 등이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주가하락률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위기 시 아시아 지역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이 동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크게 나타나는데, 이는 수출비중이 높아 해외로부터 발생하는 경기충격에 민감한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아시아 신흥국들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의 개방도와 자유도가 유독 높은 편이고, 코스피 200 선물과 옵션을 비롯한 주가연계파생상품 시장이 발달해 있어 유사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규모와 주가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개연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주가 변동성, 리먼사태 당시의 절반 수준
코스피 주가의 변동성을 보다 연속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특정 기간에 대한 변화율이 아닌 1일 변동성을 측정했다. 금융변수 시계열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 가운데 이 글에서는 ‘일반화된 자기회귀조건부이분산(GARCH) 모형’을 통해 변동성을 산출했다.
리먼사태 당시 기록한 1일 변동성의 최대치와 비교할 때, 최근의 주가불안 국면에서 기록한 1일 변동성은 과거의 절반 정도 크기로 나타난다. 이는 영국이나 호주, 멕시코 등과 비슷하며,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주요 선진국보다는 낮지만 일본이나 중국, 인도, 등 여타 아시아 주요국들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위험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변동성의 최대값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지난 8월과 9월의 평균적인 변동성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는데, 이는 국내주가의 변동성이 대형은행이나 다른 나라 정부의 신용위험 확대보다는 재정위기의 지속으로 인한 국내외 경제의 성장둔화와 수출위축에 대한 우려가 더 많이 반영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2. 환율

환율의 변동성을 살펴보기 위한 분석대상 국가의 기본적인 범위는 주가의 경우와 대체로 비슷하지만, 유로화와 같은 공통화폐를 사용하거나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에쿠아도르, 베네수엘라, 카자흐스탄 등 사실상 환율의 변동성을 용인하지 않고 있는 국가들을 제외함으로써, 주가의 경우보다 적은 44개 통화를 대상으로 비교해 보았다.

원화 변동성 다소 완화되었으나, 다른 나라들보다는 여전히 불안
각 통화에 대한 달러 대비 가치의 변동성을 살펴 보면, 원화의 경우 1일 변동성의 절대수준은 극심한 불안양상을 나타냈던 2008년 하반기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다. GARCH 모델을 통해 계산된 조건부 표준편차값이 리먼사태 직후 4.12%였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1.82%로 크게 낮아졌다. 통화가치의 하락폭과 그 순위를 보더라도 2008년에는 주요 선진 및 신흥국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컸으나 최근 들어서는 상당부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그 동안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은행의 외환건전성을 개선하고자 했던 노력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결과로 여겨진다. 올해 2분기 말을 기준으로 우리 외환보유액은 유사시 국내로부터 1년간 최대한 빠져나갈 수 있는 외국자본의 규모보다 크다. 또 단기외채 규모 축소를 위해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로부터 발생한 이자소득 과세 등의 규제들을 도입함으로써, 전체 외채 가운데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08년 3분기 말의 51.9%에서 지난 2분기 말에는 37.6%로 크게 낮췄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에는 원화환율의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리먼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원화환율의 1일 변동성은 주요 비교대상 22개국 평균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변동성 순위도 높은 편이어서 외환시장 안정성의 획기적인 개선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달러 대비 통화가치의 변화율을 통해 보더라도 최근 원화의 절하율은 다른 주요통화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다. 리먼사태 직후 14.5%, 연간 기준으로는 40%가 넘는 절하율을 나타냈던 2008년에 비해 올해 원화환율의 절하율은 10% 남짓한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주요 비교대상 22개국 가운데서는 여섯 번째로 높은 절하율을 나타내 금융불안 확대 시 여전히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의 절하압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더불어 환율의 변동성이 높은 나라들은 브라질과 스위스,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으로 이 가운데 스위스프랑을 제외하고는 주로 캐리 트레이드의 투자대상이 되는 고수익통화들이다. 이들 통화에 대한 투자는 국제금융시장의 안정도와 차입여건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금융불안의 확대와 완화가 반복되고 있는 지난 3, 4년 동안 유독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나 정부가 환율을 관리하는 중국의 위안화 같은 경우는 변동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불안 확대 시 원화환율의 불안이 계속해서 두드러지는 배경은 1차적으로는 국내 자본시장의 개방도와 외환시장 규모 사이의 불일치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신흥국들 가운데서는 절대규모나 경제규모에 대한 상대적 규모로나 큰 편에 속한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 또한 30% 내외의 높은 수준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공매도 등에 대한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은, 개방도와 자유도가 높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사시에 우리 주식시장에서 자산을 매각하고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유인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때 환전을 하게 되는 국내 외환시장, 그 가운데서도 특히 대고객 현물환 시장의 규모는 1일 거래량 기준으로 38억 달러(2011년 2분기 기준) 규모에 불과해, 미국이나 영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대단히 작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크지 않은 규모의 환전물량에도 환율의 변동폭은 크게 확대될 수 있으며, 특히 금융불안이 확대됨으로써 외환거래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
원화환율의 불안이 지속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단기외채 규모를 들 수 있다. 그 동안 단기외채 축소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외환보유액이나 외환시장의 규모와 다른 나라의 단기외채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불안한 수준이다. 주요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을 보면, 2008년 말 이후 단기외채를 줄이고 보유외환의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신흥국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유사시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은행간 대출 경로를 통해 유입되었던 자금까지 이탈함으로써 외환시장의 환율상승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단기차입금의 유출은 금융시장 불안이 상당부분 완화된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급등한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하고 난 후에도 하락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3. 금리

금리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
금리의 변동성은 각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통해 살펴보았다. GARCH 모형을 통해 계산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1일 변동성은, 현재 국고채 금리의 변동성 수준은 리먼사태 당시에 비해 최대치를 기준으로 66% 정도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동성은 G20 국가들 국채금리 변동성의 중간값이나 평균치보다는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재정위험 부각에 따른 국채금리 차별화 속에서도 금리안정 지속
문제는 방향성이다. 주요국 금리의 흐름은 국채금리에 반영된 다양한 측면들, 경기상황과 금리정책, 정부의 신용위험 등을 반영하고 있다. 2007년까지 대체로 상승흐름을 나타내던 주요국 국채금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책금리 인하기조와 함께 동반 하락하면서 동조화 경향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나마 안정을 되찾은 2009년 2분기 이후 작년 상반기까지는 실물경제 반등 또는 개선의 강도에 비례해 우리나라와 독일, 호주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0년 2분기부터는 국채금리가 국가의 신용위험을 적극반영하기 시작해 재정이 건전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 국채금리가 차별화되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미 국채는 사상 초유의 신용등급 하락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으로서의 수요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이며, 독일과 영국, 심지어는 최근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불거졌던 프랑스 국채 또한 유럽 채권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이 유지, 강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재정위기의 발생으로 이미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국채금리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크게 상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독일 등 주요국 국채에서 나타나는 금리하락 흐름은 해당국채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향후의 경기둔화 우려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금리하락을 반드시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어 보인다.
향후 미국이나 유럽에서 금융불안이 확대되고 대형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상황에서도 국고채 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향후 국고채 금리의 향방에 따라 국채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나라의 재정여건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양호하다는 점은 국채가치의 안정성에 대해 우호적 여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원화가 여전히 로컬통화로서, 특히 유사시에 통화가치가 크게 절하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은 국채에 대한 투자수익을 외화로 환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그간 국내외 금융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늘어난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가 향후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신흥국 자산 매도와 레버리지 축소가 본격화되는 경우에는 유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신흥국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변동성이나, 금융불안 확대 시 나타난 실제 유출입 규모는 전통적으로 채권시장이 발달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크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가 본격화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난 2006년 말 4조6,178억 원(전체 상장채권의 0.6%에 해당)에 불과하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지난 8월 말 기준 84조6,744억 원으로 5년 사이 20배 가량으로 급증했고, 그 가운데서는 평균 보유기간이 길지 않은 단기투자의 비중도 작지 않기 때문에 향후 보유비중이 급변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Ⅱ. 시사점

리먼사태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은 여전히 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 특히 리먼사태 당시 극심한 불안양상을 나타냈던 외환시장은 해외 금융불안의 확대 시 받는 충격의 절대적인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 국고채와 통안채에 대한 해외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반면, 유사시 주가불안의 개선 정도는 다른 나라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우리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 정도를 보다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충격의 성격과 파장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 리먼사태를 포함한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의 주택금융부실이 증가하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을 야기한 전형적인 금융위기인 반면, 최근 금융시장에 발생한 충격은 유럽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진국 전반의 실물경기 둔화의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 내에서의 신용위험이나 거래상대방위험이 아직은 본격적으로 증가하지 않은 국면일 수도 있다. 또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완화적 통화정책의 힘이 워낙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VIX나 자금시장의 경색 정도를 나타내는 TED 스프레드, 유럽 은행권의 달러자금난을 의미하는 EUR/USD 베이시스 스왑 등도 아직은 리먼사태 당시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불안은 끝나지 않은 듯하다. 향후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정에서 은행 등 민간금융기관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금흐름의 급변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유럽 금융기관들의 부도위험이 높아지면서 1차적으로 달러 유동성 경색 우려가 확대되면, 그 영향이 국내 외화자금 및 외환시장에 대해서도 급격한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준비자산으로서 현재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크게 부족한 수준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금융불안의 확대국면에 맞닥뜨렸을 때 외환보유액의 역할은 은행을 비롯한 국내 경제주체의 외화자금 부족에 대해 지원하는 것 이외에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변동성을 축소시키는 데에도 일정부분 기여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유사시를 대비한 1년 간의 해외지급 수요만큼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고 있다 하더라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규모의 외환보유액이 필요할 수 있다. 또 세계경제 차원에서 도래하는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간 공조방안을 포함한 세계경제 차원의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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