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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월간금융계
  • 칼럼
  • 입력 2013.04.19 13:39

이경엽의 낱말산책, '백엽상에 대하여'

[월간 금융계 / 이창현 기자]

백엽상에 대하여

왜 ‘백엽상’이라 말할까?
섭씨가 만든 섭씨온도계, 화씨가 만든 화씨온도계

이 경 엽
현) 한국산업은행 자금결제실장
1958년 경북 감포
대구상업고등학교/건국대 경영학과
일본 게이오대학 상학 석사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1977년 한국산업은행
도쿄지점 과장/방카슈랑스사업단장
구미지점장
백엽상은 온도․습도․기압 등을 재기 위하여 만든 상자다. 예전 초등학교 교정 한 모퉁이에 서있던 하얀 색 상자 그것이다. 그런데 ‘백엽상’이란 이름이 소의 처녑과 관련이 있는 낱말이라면 의외일까?

백엽상은 태양 직사광선의 직접 영향을 받지 않도록 표면에 흰 페인트를 칠한다. 이 때문에 ‘흰 백(白)’을 붙여 白葉箱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백엽상은 ‘일백 백(百)’을 써 百葉箱이라 쓴다. 언젠가 기상청 홈페이지의 어린이를 위한 학습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 백엽상이라 이름을 붙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백엽상이라 이름을 붙였을까요? 흰 페인트칠을 해 놓았기 때문인가요? 꼭 그렇지만은 아니지요? 현명하신 여러분들은 아마 아실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통풍을 잘 시키기 위하여 100여 개의 판자 조각을 안쪽과 바깥쪽으로 조립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백 개가 안 될 거라고요? 아닙니다. 기상대에 와서 한 번 세어 보세요.”

최근 기상청 홈페이지를 다시 검색해보니 이 내용은 없어진 듯하다. 그러나 기상관련 용어를 설명하는 ‘기상백과’란 항목에 비슷한 설명이 여전히 나온다. “'백엽상'이라는 이름은 사방의 벽을 약 백 개의 판자 조각을 조립해 만든 데서 지어졌다”고. 어처구니가 없다.

백엽상은 백여 개의 판자 조각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백엽상의 창의 모양으로 인해 그렇게 부른다. 백엽상의 사방 네 면의 창은 비늘살처럼 되어 있다. 비늘살은 햇빛은 막고, 통풍은 잘 되게 하기 위하여 문살을 일정한 간격으로 비늘처럼 비껴 짠 문을 말한다. 이러한 창을 영어로는 루버(louver 또는 louvre)라 하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백엽창(百葉窓)’이라고 한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백엽상이 처음 중국에 전해졌을 때, 그 사면이 백엽창처럼 생겨 ‘백엽창이 달린 상자’라 하여 백엽상이라 불렀던 것이다. 기상청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터넷 홈페이지 어디를 봐도 백엽상이 백엽창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명은 없다. 어린이들 학습자료에도 오로지 ‘판자 100개’란 말이 나올 뿐이다. 지금은 백엽상의 온도계를 일일이 보지 않고도 방송이나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쉽게 기온을 알 수 있어 백엽상 자체가 일상에서 많이 벗어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연이지만 이 낱말에 대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관심을 가졌던 처지에서는, 이 말의 유래에 대한 연구가 더 이루어지고 바르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백엽은 천엽(千葉)과도 같은 말이다. 이 한자말 ‘천엽’이 변하여 우리말 ‘처녑’이 되었다. 처녑은 소나 양 등 반추류에 딸린 동물의 되새김질하는 위의 한 부분이다. 곧, 소나 양의 세 번째 위(胃)인 겹주름위를 가리킨다. 우리 국어사전에서도 처녑의 본딧말은 천엽인데, 백엽과도 같은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다. 천엽이나 백엽 모두 얇은 잎 모양의 내장이 겹꽃잎처럼 다닥다닥 모여 붙어있는 모습에서 따 온 말이다. 나무판자가 백 개이기 때문이 아니라, 백엽창이 붙은 것이므로 백엽상이다.

백엽상이 나온 김에 온도의 이름을 한 번 찾아보자.

2004년 마이클 무어 감독은 ‘화씨 9/11’이라는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세계무역센터빌딩이 무너져 내린 2001년 9월 11일의 테러를 소재로 한 이 영화의 제목은 1953년 레이 브래드베리가 쓴 ‘화씨 451’이라는 과학소설의 제목을 본 딴 것이다. 영화가 의도하는 정치적 의미는 논외로 하지만, 어쨌든 소설속의 화씨 451도는 종이를 태우는 온도이지만, 영화 화씨 9/11은 진실을 태우는 온도라고 한다. 화씨 451도는 섭씨로는 233도 쯤이 된다. 섭씨온도를 주로 사용하는 우리에게 화씨온도는 많이 낯설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화씨온도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섭씨는 무엇이며, 화씨는 무엇일까?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섭씨온도계는 물이 어는점을 0℃, 끓는점을 100℃로 하고 그 사이를 100등분한 것이다. 섭씨를 한자로는 攝氏라 쓰는데, 이 온도계를 고안한 스웨덴의 학자 셀시우쓰(Celsius)씨를 가리킨다. 중국에서 Celsius를 음역하여 ‘섭이수사(攝爾修斯)씨’라 하고, 줄여 ‘섭씨(攝氏)’라 부른 것이다. 원래는 물이 끓는점을 0°C, 얼음이 녹는점을 100°C로 눈금을 표시하였는데, 나중에 이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측정단위 C는 물론 Celsius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화씨온도는 어는점을 32℉, 끓는점을 212℉로 하고 그 사이를 180등분한 것이다. 측정단위 F는 이 온도계를 고안한 독일의 물리학자 파렌하이트(Fahrenheit)의 이름 첫 글자에서 따왔다. 중국에서 Fahrenheit를 ‘화륜해(華倫海)씨’로 음역하고, 이를 줄여서 ‘화씨(華氏)’라 하였다.

사람 이름에서 유래된 온도가 또 있다. 열씨온도(列氏溫度)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레오뮈르(Reaumur)가 제안한 것인데, 단위는 Re다. 레오뮈르를 ‘열오류이(列奧謬爾)씨’라 하고, 줄여서 ‘열씨’라 불렀다. 1기압에서 물이 어는점을 0Re, 끓는점을 80Re라 한다.

어쨌든 재미있는 표현이다.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온도를 말할 때 사람의 성씨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온도 명칭의 유래를 알게 된 이후에도 ‘섭’ 선생이나, ‘화’ 선생을 의식해 본 적이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습관화, 일상화되어 몸에 밴 낱말들은 원래 만들어진 유래와 본뜻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어있는 모양이다. 낱말이란 원래 그런 모양이다.

뜬금없는 생각이 떠오른다. 만약 우리나라의 누군가가 온도계를 고안했다면, ‘김씨 10°K’, ‘박씨 20°P’라고 사용하고 있을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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