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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월간금융계
  • 금융
  • 입력 2011.10.25 17:23

한국형 헤지펀드의 조심스런 첫걸음

헤지펀드 허용은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이 높고 주요 투자 고객이 될 연기금의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점을 고려할 때 급성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2011년 9월 27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우리나라에서도 헤지펀드가 허용되었다. 시행령의 하위규정인 금융투자업규정이 11월에 시행되면 헤지펀드가 곧바로 출범할 예정이다.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이후 금융불안 때문에 헤지펀드를 허용하지 않았던 정부는 최근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헤지펀드를 허용하였다. 올해는 상법, 신탁법, 단기사채법 등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금융법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통과되었는데, 헤지펀드 허용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헤지펀드 허용의 의미

국제적으로 헤지펀드는 거액의 자산가와 기관투자가로부터 투자를 받아 자산운용에 제한을 받지 않고 투자를 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적인 뮤추얼 펀드가 투자자보호를 위해 금전차입과 성과보수를 금지하는데 반해 헤지펀드는 소수의 자산가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기 때문에 운용전략의 규제가 없고 성과보수가 허용된다. 세계 헤지펀드 업계는 최근 10년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을 제외하고 안정적인 플러스 수익률을 실현하고 있어서 헤지펀드 허용으로 투자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외에서 설립된 헤지펀드가 한국에서 투자할 수 있으며,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이 해외에서 설립된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들도 재간접펀드를 통해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만 헤지펀드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역차별의 성격이 있는데, 이번 헤지펀드 허용은 역차별을 해소하는 측면도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

한국형 헤지펀드는 해외의 일반적인 헤지펀드와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헤지펀드는 차입과 공매도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관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헤지펀드의 차입비율을 40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헤지펀드는 차입비율의 규제가 없다. 지금까지 해외의 헤지펀드는 자산포지션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차입비율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매우 높은 부채비율을 가진 헤지펀드가 파산할 경우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1998년 파산하면서 일시적인 금융불안을 야기했던 LTCM은 파산 시 부채비율이 무려 2700%에 달했다. 차입비율 제한이 헤지펀드 운용을 제한하는 측면은 있지만 헤지펀드 파산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long/short 전략과 같은 헤지펀드의 운용전략에 필요한 공매도 역시 금지되고 있다. 다만 일정한 거래비용을 지불한다면 증권 대차거래와 선물옵션시장을 통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long/short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금융불안을 막기 위해 운용전략의 제약 외에도 헤지펀드의 등록의무와 파생상품내역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전략이 노출되는 문제가 있지만 금융불안을 막기 위한 규제로 보인다. 미국의 헤지펀드 규제가 대형 헤지펀드의 등록과 보고의무에 불과한데 비해 우리나라의 헤지펀드 규제 수준은 미국보다 엄격한 규제로 평가된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금융안정을 위해 일정한 규제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자유방임형의 미국식 헤지펀드보다 유럽 헤지펀드의 일종인 UCITS 헤지펀드와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EC의 법령에 따라 만들어진 유럽의 UCITS 헤지펀드는 차입제한과 파생상품투자 제한과 같은 자산 운용의 규제가 있는 대신 유럽 전역의 일반인에게 판매가 허용된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UCITS 헤지펀드와 비슷하지만, 운용규제가 일부 완화된 반면 일반인 판매는 최소투자금 5억원이라는 규제를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헤지펀드의 급성장은 어려울 듯

헤지펀드가 허용되었으나 당장 급성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시장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헤지펀드로 이동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개인의 최소투자한도가 5억원으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단기간에 헤지펀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랩 어카운트 시장에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최소투자금액이 5억원이라는 규제 때문에 많은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적으로도 헤지펀드의 투자자로 개인보다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연기금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 헤지펀드가 2조달러 규모로 성장하면서 2000년 54%에 달하던 개인투자자 비중이 2010년에는 24%로 줄어들었고, 일본도 2006년 기준으로 헤지펀드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23%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헤지펀드의 성장은 도입 초기에는 개인보다는 연기금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헤지펀드와 같은 대체투자를 할 것인지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 최근 외국의 추세처럼 노령화로 인해 규모가 커진 연기금들이 고수익·저위험을 실현하기 위해 헤지펀드에 투자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경영권에 투자하는 PEF(사모투자펀드)와 같은 대체 투자에 소극적인 연기금의 투자자세를 비추어 볼 때 헤지펀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율을 2011년 7.8%에서 2012년에는 9.2%로 늘린다는 입장이어서 헤지펀드에 투자할 여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의 투자 실패 시 개인적 비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엄격한 법적 책임이 부과된다는 문제도 연기금이 안고 있는 제약이다. 향후 헤지펀드의 성과에 따라 연기금의 투자확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 운용인력의 부족도 헤지펀드 성장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와 함께 사모투자의 또 다른 축인 PEF 시장도 2005년 도입 당시에는 빠른 성장을 전망했지만, 도입된 지 6년이 지난 지금도 경영권 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PEF 성장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운용인력의 전문성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일단 허용된 이상 헤지펀드도 PEF와 마찬가지로 성공의 열쇠는 자산운용자의 능력이기 때문에 자산운용 인력 풀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단기간에 급성장을 전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라임 브로커 업무의 도입으로 증권업 성장 전망

헤지펀드 허용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못지 않게 헤지펀드의 지원업무인 프라임 브로커라는 증권사의 업무를 활성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헤지펀드는 주식매수가 기본전략인 뮤추얼 펀드와 달리 주식과 자금의 융자, 파생상품의 거래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업무를 대신해 주는 증권사를 프라임 브로커라고 한다. 증권사가 프라임 브로커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 되어야 한다. 현재 개정 중인 자본시장법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 일정한 허가를 받은 증권사에게 프라임 브로커 이외에 일반적인 신용거래와 같은 다양한 업무를 허용하려고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이 출현하여 증권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의 차입비율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프라임 브로커들의 역할이 제한될 수는 있지만, 증권대차와 신용제공을 통해 종합적 투자은행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당초 헤지펀드의 허용이 헤지펀드 시장 자체의 성장 못지않게 투자은행 육성이라는 측면을 의도한 점도 있다.

프라임 브로커의 신용위험은 금융위기를 증폭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헤지펀드는 프라임 브로커를 통해 장외파생상품을 주문하기 때문에 프라임 브로커의 신용위험은 장외파생상품시장 전체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때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 2008년 미국의 주요 프라임 브로커였던 리먼브라더스의 자금난이 알려지자 헤지펀드들은 리먼브라더스로부터 미리 자금을 인출하여 파산으로 몰고 갔으며, 파산 이후에는 장외파생상품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의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이 높아져서 금융위기가 심화되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미국과 EC는 프라임 브로커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정부는 헤지펀드의 부채비율을 400%로 제한하고 증권사의 자기자본비율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또한 금융기관의 장외파생상품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프라임 브로커로 인한 금융위기 우려는 적어 보인다. 또한 올해 개정된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에게 증권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권한을 부여하여 프라임 브로커의 파산으로 인한 금융불안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금융시장의 유동성 증가

헤지펀드 도입은 개별 금융시장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 도입으로 주식시장과 장내파생상품시장 및 국채시장의 유동성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시장은 이미 유동성이 상당히 풍부하기 때문에 유동성 증가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비우량 회사채 시장은 헤지펀드의 도입으로 유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회사채는 투자적격의 무보증회사채 위주로 발행되어 장외에서 대부분 거래되고 있는 반면, 비우량 회사채의 발행량은 회사채 발행량의 6% 수준에 불과하다. 종목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종목을 기반으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가 회사채 시장에 관심을 적게 가질 수 있으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속성상 수익률이 낮은 회사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비우량 회사채의 발행이 저조한 이유가 연기금과 공모펀드의 비우량 회사채 투자 제한이라는 규제 때문이어서, 헤지펀드가 규제차익을 노리고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가능성은 있다.

결론적으로 금번에 도입되는 헤지펀드는 금융시장 안정성을 고려하여 제한된 범위 내에서 허용되었지만, 향후 자산운용업계와 증권업계 및 비우량 회사채 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헤지펀드가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하고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다면 헤지펀드 시장이 더욱 빨리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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