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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교수
  • 칼럼
  • 입력 2010.03.31 17:57

한반도 호랑이

올해는 호랑이 해다. 그 중에서도 백호, 흰 호랑이다.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를 상서로운 대상이었다. 설화나 옛 얘기에서 호랑이는 그냥 사람을 해치는 게 아니라함께 살아가는 영물이다.
최 남선 은 1908년에 발간한‘소년’에서 한반도를 호랑이의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일본의 지리학자(小藤)가우리 국토를 토끼로 비유한 데 대한 대항으로 민족 정서를 그려내려 했다. 좁은 반도에서 벗어나 튀어 오르는 모습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궁중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나온다. 해마다 호환으로 다수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그만큼 흔한 호랑이는 일제 시대를 지나면서 이 땅에서 사라졌다. 호환을 없앴다 하여 일제가 무차별로 포살하면서다. 마지막으로 포살된 것이 해방 되기 전인 1940년이다.  이제 한국 호랑이는 시베리아 및 중국 북동부에 일부가 서식하고 있다 한다.
2차 대전 후 빈국에서 출발하여 놀라운 발전한 네 나라를 아시아의 4마리 용, 또는 호랑이로 부른다. 홍콩,싱가포르, 타이완, 한국 등이 이들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고 타이완도 중화영역에 속하니 실제 나라는 한국 하나이다.
우리 경제가 호랑이만큼이나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움직여 크게 성장했다는 말이다.
지난 해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이러한 역동성 및 저력은 더 빛을 발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기를 극복한 나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해외에서 국내카드를 쓰더라도 비자나 마스터 카드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될 모양이다.
BC카드는 자체의 결제시스템으로 현지에서‘승인’과‘결제’를 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비자 마스터카드 등의 결제네트워크를 이용하였는 데 사용금액의 1%가량을 이들 국제카드사에 수수료로 냈었다.
이들 수수료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금액은 물론, 카드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대출에 대하여도 어김없이 부과했다. 국제카드 로고를 사용하는 데 따른 로열티 명목이다.
외국에서 사용하는 국내카드의 승인, 결제를 국내카드회사가 직접 처리하게 되면 이러한 로열티가 절약되므로 소비자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문제는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국제카드 로고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이들을 고집한다면 국내카드사의 도전은 무위가 된다.
기존 국제카드사들의 수성(守城)전략도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를 낮추거나 현금서비스 등에 부과하는 이용료를 폐지하겠다고 나설지 모른다. 말하자면 호랑이 새끼가 자라기 전에 밟아버리는 작전이다.
국제금융시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 앵글로 색슨족 국가의 독무대나 마찬가지다.
전통적 제조업이나 정보통신 등에 비교우위를 잃어가는 즈음 금융업이 그나마 그들의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공룡 국제카드회사로서는 한국 카드회사가 외국에서의 결제를 직접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건, 그들에게는 큰 도전장이다. 말로만 듣던 새끼 호랑이가 코 앞에 나타난 격이다.
한국카드산업의 서비스는 질과 양에서 이미 선진국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정보통신의 융합으로 상품의 발전이나 마케팅에서도 글로벌 리더이다.
한반도에는 야생호랑이가 사라진 자리에 기업호랑이가 이제 막 서식하기 시작한다.
호랑이 해에는 우리는 이들이 자라는 환경을 다시 한 번 생각할 때가 아닌가 한다.
세종시에 정부기관을 옮기느냐 마느냐 하는 건 그리 급하지 않다. 도리어 세종시영역에 호랑이를 어떻게 살게 할 것인지를 살피는 지혜가 후손을 위한 백년대계 (百年大計)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
(경제학박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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