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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사선 기자
  • 핫이슈
  • 입력 2010.04.08 11:32

은행- 보험권 지급결제 허용 공방

금감위, 보험권 제한적 자금이체 업무 허용

금융위원회가 보험사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은행권과 보험업계간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3월 17일 고객이 받는 연금보험 등 보험금을 계좌에 넣고 전기세나 카드사용액 등을 결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한적인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보험사 지급결제 참여 문제는 지난 2008년 12월 정부가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1년 넘게 공방이 이어져 왔다. 지난 2월 열린 임시국회에서 의원마다 입장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 끝에 지급결제 업무 허용을 보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금감위의 비록 제한적인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으로 결정함에 따라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은행과 보험업계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홍영만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험사가 자금이체를 위해 은행권에 연간 수천억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은행의 권역별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험사에 자금이체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국장은 "보험사에 은행처럼 수신과 여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며 증권사보다 더 제한적으로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할 방침"이라면서 "증권사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한 수신 업무는 할 수 있지만 대출을 허용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보험금을 은행 계좌뿐 아니라 보험사 계좌로도 받게 하고 이 보험금을 보험사 계좌를 통해 소액 결제업무에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사 계좌에는 고객이 보험금만 입금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입출금식 계좌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보험사가 제한된 서비스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금이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며 반대 의사를 개진했다.

그동안 은행권은 개정안 통과 이후 정부가 보험사의 지급결제를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사실상 허용하는 것을 우려해왔다.

은행권은 보험업계가 일단 제한적이나마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받은 후 국회 로비를 통해 범위를 넓힐 것으로 예상, 제한적 지급결제도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금융위가 보험사들이 연간 수천억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지급한다는 발표도 과장됐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은행권은 여전히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면 금융 결제 시스템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의 사업 속성상 대형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사태 때 지출이 늘면서 지급결제 기능이 마비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해준 사례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은 최근 ‘지급결제 업무의 특성 및 보험사 참여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에 지급결제 직접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핵심업무인 전업주의 원칙의 근간을 깨뜨리는 것이며, 금융겸업화의 일반적 추세에 역행하고,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지급결제 업무는 은행의 핵심업무로서 타 금융업권에 이를 허용하는 것은 금융산업 핵심업무의 전업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보험사에 지급결제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지급결제의 업무특성 측면외에 소비자 부담 증대 등 다른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고, 최근의 국제적인 금융시스템 안정성 강화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사가 한은법상 지급준비금 제도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건전성 악화 또는 금융불안 발생으로 개별 보험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사의 지급결제업무 직접참여처럼 전세계적으로 시행 사례가 없거나 검증되지 않은 제도의 도입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산업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공적기구인 금융위원회가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방침을 밝힌 것은 보험사의 끈질긴 요구에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금융위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은행권의 금융 결제시스템 안정성 우려에 대해 지급결제 기능 중에 청산과 결제는 은행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고객이 연금이나 보험금을 받아 지금처럼 은행으로 바로 넘기지 않고 보험사 계좌에 남겨둘 수 있다면, 보험사는 이를 연계해 새로운 영업을 할 수 있다”며 "해외의 경우 보험 지주사 산하에 인터넷 은행을 두고 활용하는 곳이 있다"고 반박했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전면적인 지급결제 허용을 요구해 왔지만, 지난 2월부터 보험금에 한해서만 자금이체 서비스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에서 이번 금감위의 결정에 일단 지급결제 허용이라는 큰 벽은 허물어졌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 발표된 만큼 국회도 정부 입장을 존중해 보험업법 개정안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보험권에 유리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지급결제와 관련 논쟁이 과열되자 보험업계는 역풍을 우려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험권은 지급결제 허용과 관련된 논란이 국회 외부에서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지급결제 허용과 관련된 법안심사소위가 4월 예정되어 있는데 은행권과 금융노조가 반대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있어 자칫 법안심사소위에서의 논의가 보험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지급결제 및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방안 등의 통과를 미뤘던 국회도 이번 금융위의 발표로 또 한차례 격론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여전히 의원들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매우 제한적인 지급결제는 허용해 주자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의원들간 격론이 예상돼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또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4월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의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하는 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감안하면 상반기 내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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