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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창현 기자
  • 기획
  • 입력 2014.08.20 11:17

챔프 황충재의 링사이드, 이춘길 교수와 블랙버드

[황충재의 링사이드 스토리]

이춘길을 처음 만난 것은 30년 전쯤이었다. 독사처럼 날카로운 눈매와 패기 넘치는 20대 초반의 반항기가 가득한, 인상적인 아우였다. 다른 또래 선수들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데 그는 학교에 가지 않고 운동만 하는 특이한 아우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불러 “넌 왜 학교에 가지 않느냐?” 라고 물었더니 “네 번이나 싸움질 때문에 학교를 옮겨 다니다 더 이상 학교에 취미도 없고, 밖에서 싸우느니 차라리 링 위에서 정정당당히 싸우고 싸워 나중에는 황충재 형처럼 권투로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보아하니 근성과 투지가 다른 선수들과는 사뭇 달랐다. 권투에 대한 욕심과 열정의 눈매는 명확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방황했던 사춘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내가 추천해준 영산포상고에서 그는 승승장구 하며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제압하고 국가대표, 그리고 아시아 대표로 성장해 나갔다. 나는 그의 성장세를 지켜보며 남모를 보람과 감동으로 만감이 교차되었다. 후일, 그는 내게 매일 꼼꼼히 쓴 훈련일지와 정상급 선수들의 장∙단점이 메모된 다이어리를 보여주었다. ‘이런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함으로 짧은 기간에 정상급 선수에 될 수가 있었구나!’라고 느꼈다. 이런 그를 볼 때면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버텨라)”라고 외치던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목표를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캄캄한 밤, 부러진 날개를 가지고 냉혹한 사회에서 날아오를 순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블랙버드처럼 보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록 사각링은 아니지만 그는 교수로서, 사업가로서, 또 다른 꿈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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