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투데이=장효남 기자] 서울강서농수산물시장(강서도매시장) 개설권자인 서울시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강서시장 내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간의 거래사실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30일 시장도매인에게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또한 강서시장 도매법인 강서청과는 시장도매인 58개 법인을 강서경찰서에 형사고발을 하면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장도매인들은 “엎친데 덮친격이다. 성실히 일하는 시장도매인 60개 법인 대표들을 전과자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화에 관한 법률(농안법)’ 제37조 2항의 폐지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청년투데이는 이들 시장도매인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외부로 노출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해결책이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5월 2일까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을 대상으로 심층 취재를 진행했으며 이어 관련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대상으로 취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시장도매인들의 주장을 들어본다. 이들의 주장을 듣기 전에 생소한 단어인 시장도매인제도가 무엇이고 농안법 제37조 2항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시장도매인제도는 도매시장의 개설자로부터 지정을 받은 시장도매인이 판매직원을 고용하여 출하자로부터 매수하거나 위탁받은 농산물을 도매·중개하는 운영방식(농안법 제36조)이다.
김대중 정부(1998. 2. 25 ~ 2003. 2. 24) 출범 후 유통단계의 축소와 유통비용의 절감, 농산물 가격안정, 생산자의 안정적인 가격수취 등을 목적으로 2000년 1월 28일 법률 제6223호로 개정된 농안법을 통해 시장도매인제도가 도입되었고 2004년 서울시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과 함께 시장도매인제의 운영이 시작되었다.
시장도매인제의 특징을 간략히 소개하면 거래단계 축소로 유통비용 절감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경매제는 출하자▸도매법인▸중도매인▸구매자 4단계 유통경로를 보이지만, 시장도매인제는 출하자▸시장도매인▸구매자의 3단계 유통경로로 거래단계가 1단계 축소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것은 농안법 제37조 2항이다. 농안법 제37조 2항은 2011년 전문개정을 통해 시장도매인은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에게 농수산물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거래 금지를 못박아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이 공존하는 강서시장이라는 공간에 법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시장도매인들은 도매법인의 수집능력 부족에 따른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 간의 불가피한 거래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9년 발행한 농수산물도매시장 통계연보를 예로 들면서 강서시장 도매법인과 시장도매인의 년간 거래실적 점유비가 35:65로, 도매시장법인의 수집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중도매인들이 주문받은 상품의 구색을 채우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해당 시장 내 지근거리에 있는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으로부터 물건을 보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장도매인은 거래 시 중도매인 신분 식별의 어려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영업 성황시인 새벽 1시부터 5시 사이에는 구매고객이 30명 ~ 50명 정도가 분주하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중도매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구매자의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거나 또는 신분을 확인하면서 판매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변했다.
게다가 현금을 사용하여 거래시 상대방이 중도매인임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금계산서 거래의 경우도 거래발생 6개월 후 또는 연말에 소급하여 발행했기 때문에, 세금계산서 발행 전에는 중도매인임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강서시장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에서는 시장도매인들이 농안법에 따라 중도매인에게 농산물을 판매하지 않기 위해 모든 중도매인이 쉽게 식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장 입구나 농산물 출하장, 주차장 등에 ‘시장도매인은 중도매인에게 농산물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였고, 시장도매인들 역시 운영하는 각 점포마다 중도매인과는 일체 거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며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시장도매인들은 과징금부과와 함께 경찰 수사를 받자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농안법 제37조 2항이 평등원칙에 위반하는 위헌적 법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먼저, 농안법 제37조 제2항이 ‘시장도매인은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ㆍ중도매인에게 농산물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시장도매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두 번째로 농안법 제37조 2항은 농산물의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 유통단계의 축소와 유통비용의 절감, 농산물 가격안정, 생산자의 안정적인 가격수취 등을 목적으로 규정되었다.(대구고등법원 2020. 10. 16. 선고 2019누5589 판결)
그런데 농안법 제37조 2항은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 간의 거래를 전면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중도매인은 도매법인의 수집능력 부족(공급 능력 부족)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물품을 지근의 강서농산물시장의 시장도매인을 두고 원격지 타 도매시장(가락시장이나 서울 인근 도매시장)에서 구매하면서, 농산물의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 유통단계의 축소와 유통비용의 절감에 반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강서시장 중도매인이 다른 도매시장 중도매인 등으로부터 농산물을 구입하는 경우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으로부터 농산물을 구입하는 경우의 유통단계가 동일한 점을 고려하면, 농안법 제37조 2항의 법령을 통해 시장도매인이 해당 도매시장의 중도매인에게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하여 유통단계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은 서울시의 과징금부과 행정처분(2022.12.30.)의 부당성도 호소했다.
시장도매인은 대법원이 “행정법규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없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두6700, 판결)는 판례를 들어 농산물의 거래는 다수의 매수인이 모인 상황에서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바, 시장도매인들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거래의 상대방이 중도매인인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고 전했다.
이어서 이들은 중도매인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장도매인들로서는 중도매인과 거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도매인들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해 시장도매인들이 농안법 제37조 2항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과징금 부과처분 등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시장개설권자인 서울시는 시장도매인들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기에 심히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장도매인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농안법 제37조 2항의 폐지 또는 개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강서시장 중도매인 간의 거래를 어느 정도 허용해 달라는 내용이라고 속마음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이들은 2014년 4월 24일 법률 제12509호로 일부개정된 농안법에서는 중도매인 간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해 중도매인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다양한 농산물을 확보하는 어려움을 제한적으로 풀어준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의 거래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 중도매인 간의 거래만 일부 허용하는 경우보다 중도매인으로 하여금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다양한 농산물을 확보하도록 하는 목적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시장도매인들이 바라는 것은 우선적으로 농안법 제37조 2항의 폐지 또는 개정이지만 개정 이전이라도 중도매인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다양한 농산물을 확보하는 어려움을 풀 수 있도록 중도매인들과의 제한적인 거래 허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서울시의 과징금 철회와 함께 강서경찰서 수사도 무혐의로 종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공은 담당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양 기관이 이들을 전과자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조력자로 만들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